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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 이젠 '休~'

입력 : 2016-10-02 05:00:00 수정 : 2016-09-30 15: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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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한국사회는 업무 등 직장생활 보다는 개인의 삶과 여가생활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갈망 역시 매우 강해진 모습입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2001년과 2016년의 여가생활을 비교해 본 이번 조사에서도 이같은 변화가 잘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여행과 취미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불과 15년 사이에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주5일제의 정착과 함께 직장생활에 밀려 그동안 소외되어 온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취미생활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편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여가활동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인터넷은 이제 여가생활이라기 보다는 우리 삶에 없어서든 안될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모습입니다. 여가활동으로서 인터넷의 활용도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이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며, 인터넷 쇼핑과 금융서비스에 있어서는 가장 일반적인 플랫폼이 된 것입니다.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인들, 이젠 일 보다 여가생활의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 경험도 급증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여가 및 인터넷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설문조사(2001년vs. 2016년)를 실시한 결과 현재 한국사회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여행과 문화생활 등 전반적인 여가활동을 자주 즐기는 편이었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태도도 강해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현재의 여가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응답이 2001년 25.5%에서 2016년 38.3%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전히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여가생활 수준을 만족스럽다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적어도 2001년에 비해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여가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특히 10~20대 젊은 층의 여가생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으며, 2001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그 상승 폭도 매우 컸다. 또한 자신의 계층을 높게 평가할수록 여가생활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서 여가생활의 향유가 소득수준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만큼 적극적으로 취미활동을 하는 모습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응답이 2001년보다 증가한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취미활동을 즐기는 경향 역시 젊은 층과 고소득층에서 뚜렷했다. 2001년과 비교했을 때 남성 보다는 여성이 취미활동을 즐기려고 하는 태도가 많아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여가활동 혼자 즐기는 것이 좋다"

과거보다 여가생활과 취미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커졌지만, 특별히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려는 의향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돈이 좀 들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여가활동을 한다는 응답(47.2%)이 2001년 조사(47.9%)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좀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원하는 여가활동을 하려는 경향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서 뚜렷했으며, 소득 수준과도 연관성을 보였다. 과거에 비해 남성 보다는 여성이 원하는 여가활동을 위해 비용을 들이려는 의지가 강해진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득에 비해 여가활동 비용을 많이 쓰는 편이라는 응답 또한 2001년(23.5%)과 비슷한 수준인 24.4%에 머물렀다. 역시 연령이 낮을수록 여가활동에 투자하려는 성향이 좀 더 높은 편이었다.

과거에 비해 혼자서 여가활동을 즐기려는 태도가 강해진 것도 주목해볼 만한 여가생활 트렌드였다. 2001년 전체 22.1%가 여가활동은 혼자 즐기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었는데, 2016년에는 28.1%로 더욱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30대가 혼자서 여가활동을 즐기려는 경향이 훨씬 뚜렷해졌다.

조사 결과 전체 4명 중 1명(25.6%)은 혼자서도 여행을 자주 다닌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여가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응답은 2001년보다 소폭 줄어들었다. 대체로 연령이 높을수록 여가생활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앞서 혼자서 여가활동을 즐기려는 태도가 강해진 것을 확인된 20~30대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여가생활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해외여행 4배 이상 급증

2001년과 비교했을 때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한국사회의 여가생활이 과거보다는 풍요로워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여행경험을 살펴본 결과 전체 77.2%가 최근 1년 동안 국내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001년 조사에서 61.5%가 국내여행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했을 때 국내 여행인구가 크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여행의 경험은 특히 30대 이상에서 많았다.

여행경험뿐 아니라 여행빈도도 증가했다. 2001년에는 국내 여행 빈도가 대부분 연 1회(28.3%) 또는 2회(32.9%)에 머물렀는데, 2016년에는 1회(21.6%)나 2회(27.5%)에만 그치지 않고, 5~10회 정도(21.7%) 자주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해외여행의 경험은 훨씬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은 2001년 8.8%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33.2%에 이르렀다. 해외여행은 주로 20~30대가 많이 즐겼으며, 소득 수준과도 비례하는 모습이었다.

해외여행 빈도도 급증했다. 해외여행 경험자의 여행빈도를 살펴보면 연 1회(01년 77.2%→16년 69.2%)만 가는 사람들은 줄고 △2회(01년 16.5%→16년 19.3%) △3회(01년 3.6%→16년 7.1%) △4회 이상(01년 2.7%→16년 4.3%)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돈을 모아서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의향이 큰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지만(01년 77.2%→16년 79.8%), 그저 바람에만 머무른 2001년과 달리 2016년에는 주 5일제의 정착 등 보다 적극적으로 여행 욕구를 실현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여행경험이 전반적으로 증가했음에도 주말이나 휴일에 야외로 자주 나간다는 응답(36.4%)은 2001년(36.2%)과 마찬가지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전히 여행과 여가생활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그만큼 현대인들이 과거에 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여가생활을 보장받기를 원한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평일 저녁 TV 잘 안본다…다양한 여가활동 즐겨

올해 전반적인 여가활동의 모습을 살펴보면 과거보다 TV 시청에 의존하려는 태도가 줄어든 변화가 눈에 띄었다. 평일 저녁에는 주로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이 2001년 60.4%에서 2016년 50.5%로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그저 집 안에 머물면서 TV를 시청하기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하려는 노력이 많아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TV를 보면서 평일 여가시간을 보내는 비중이 가장 크게 감소한 연령층은 10~20대였다. 반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은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거의 매일 음악을 듣고, 영화나 연극을 자주 감상하며, 미술관이나 전람회에 자주 가는 편이라는 응답이 전반적으로 많아진 것이다.

특히 20대가 △음악을 매일 듣고(72.6%) △영화와 연극을 자주 감상하며(57.2%) △미술관과 전람회에 자주 가는(19%) 성향이 강한 '핵심 문화소비 계층'이었다. 2001년과 비교했을 때 실제 문화공연 관람 빈도도 증가했다.

대표적인 대중문화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의 경우 대부분 월 1~3회(28.2%) 또는 두 달에 1번(29.9%) 정도는 관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거의 관람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에 그쳤다. 2001년 조사에서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 10명 중 3명(29.9%)에 이르렀고, 1년에 1~2번 정도(21.6%)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과 비교해보면 영화관람이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문화생활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급 문화라고 불리는 연극과 음악회, 미술 전시회의 경우에는 여전히 절반 이상이 거의 경험을 하지 못한다고 응답했지만, 2001년에 비하면 그 수치가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명 중 7명, 여가시간에 주로 인터넷 접속"

21세기 들어 우리 삶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인터넷의 경우 단순한 여가활동으로의 활용도는 줄어들었으나 일상적으로 훨씬 중요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여가활동으로써의 인터넷 활용도를 살펴보면 여가시간에는 주로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응답이 2001년 89%에서 2016년 74.6%로 많이 줄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여가시간에까지 인터넷에 접속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2001년에는 인터넷의 사용을 어려워하던 50대가 다른 연령과 마찬가지로 여가시간에 인터넷 접속을 자주 한다는 점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인터넷을 이용해도 지루하지 않다는 응답도 2001년보다는 많이 감소했다.

인터넷의 사용이 훨씬 일상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피로감도 커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TV나 잡지보다는 인터넷이 더 재미있다는 인식은 여전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더 증가한 모습이었다.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경향은 특히 20~30대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반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자주 다운로드 해서 본다는 응답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다운로드 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많이 활용되는 최근 인터넷 환경의 변화도 확인해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교류 및 친목활동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즐기고,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아는 인맥을 기반으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인터넷 활동의 중심이 되면서, 새로운 사람들이나 불특정 다수와 교류하는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원래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터넷 교류가 적었던 30대 이상 연령층뿐만 아니라 10대와 20대 젊은 층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가 감소하고, 동호회 활동이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 없는 생활 상상할 수도 없어…여전히 의존도 높아

인터넷 의존도와 습관적인 인터넷 사용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인터넷이 없는 나의 생활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의견이 2001년 53.4%에서 2016년 57.8%로 상승한 것만 봐도 우리사회의 인터넷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20대의 인터넷 의존도가 가장 높았으나 2001년과 비교했을 때 50대의 동의율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인터넷이 오늘날에는 모든 연령층에게서 중요한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1년보다는 동의율이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의 사용으로 인해 자신의 생활이 편리해졌다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특별한 목적 없이 인터넷에 접속을 하는 때가 많은 것도 2001년과 마찬가지였다. 역시 50대가 인터넷 사용으로 생활이 편리해졌고, 특별한 목적 없이 자주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응답을 2001년보다 훨씬 많이 내비쳤다.

인터넷에 정보검색을 의존하는 성향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으나 2001년보다는 다소 낮아진 변화를 보였다.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는 인터넷부터 찾고, 인터넷으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웬만하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줄어든 것이다.

인터넷이 공부와 업무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의견 역시 소폭 감소했다.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훨씬 방대한 양의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공유되면서, 원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정보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는 대체로 믿을 만하다는 의견이 2001년 71.4%에서 2016년 39.6%로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젊은 층일수록 인터넷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으며, 특히 20~30대의 신뢰도 하락이 매우 눈에 띄었다.

◆인터넷으로 쇼핑 자주 하는 편

과거보다 가장 활발해진 인터넷 활동은 역시 쇼핑이었다. 2001년에는 전체 24.1%만이 인터넷으로 물품구매를 자주 하는 편이라고 응답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63.7%가 인터넷 쇼핑을 자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유통채널이 기존의 백화점과 할인마트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G마켓·옥션·11번가 등 오픈마켓 △쿠팡·위메프·티몬 등 소셜커머스 등의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재편된 변화를 잘 보여주는 결과이다.

남성 보다는 여성의 온라인 구매가 훨씬 많이 증가하였으며, 연령별로는 20~30대의 인터넷 구매비중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티켓예매의 경우에도 주로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다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구입물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었으며,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즐겁다는 인식도 훨씬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 취급하는 물건들은 대체로 믿을만하다는 평가는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여전히 소비자 신뢰도가 향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인터넷 금융서비스의 이용도 이제는 아주 일상적인 모습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으로 인해 은행을 가는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인터넷을 통한 금융거래가 개인생활에 유용하다는 평가는 훨씬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보안시스템은 믿을 만하다는 의견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으로,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사고에 대한 우려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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