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이날 임시국회 연설에서 “여당과 야당의 입장을 뛰어넘어 헌법심사회에서 논의를 심화하자”며 “서로 지혜를 짜내서 미래로 가는 다리를 만들자”고 말했다. 그는 “헌법이 어때야 하는지, 일본이 어떤 나라를 목표로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면서도 “그 안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 초 신년 연설에서도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설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개헌 세력’이 대승을 거둬 중·참의원 모두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한 뒤 이뤄졌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다.
이날 중의원 헌법심사회는 자민당 소속 모리 에이스케(森英介) 전 법무상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개헌 논의를 위한 체제를 정비했다. 참의원 헌법심사회장은 자민당의 야나기모토 다쿠지(柳本卓治) 회장이 계속 맡는다.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개헌 세력은 향후 국회에서 ‘긴급사태조항’ 등 야권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헌법이 1947년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일단 ‘헌법 개정’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해서 개헌 빗장을 벗겨낸 뒤 국내 여론을 살펴가면서 최종 목표인 ‘군대 보유와 전쟁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의 개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개헌 전략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국민의 큰 관심사인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생전 퇴위 의사 표명과 관련, 후속조치 마련을 위한 전문가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여론을 고려해 전문가회의를 설치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이마이 다카시(今井敬) 게이단렌(經團連) 명예회장과 미쿠리야 다카시(御廚貴) 도쿄대교수 등 6명을 전문가회의에 참여할 위원으로 선임했다. 전문가회의는 다음달 중순 첫 회의를 시작으로 일왕의 생전 퇴위 인정 여부, 이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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