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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피운 메달의 꿈, 하늘에서는 이루시길

입력 : 2016-09-26 15:20:29 수정 : 2016-09-26 15: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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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 향년 52세로 세상을 떠난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10년 넘게 어린 선수들을 지도해 온 한국 축구계의 대표적인 육성 전문가다.

김포통진고와 중앙대를 졸업한 이 전 감독은 유공(1988년~1995년)과 수원 삼성(1996년~1998년)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올림픽 대표팀에 잠시 몸담기는 했지만 A대표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전 감독은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지도자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남들만큼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망주들을 발굴하며 한국 축구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힘을 보탰다.

손흥민(토트넘)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광저우 R&F), 권창훈(수원), 김진수(호펜하임), 문창진(포항) 등 현재 각급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이들이 이 전 감독의 손을 거쳤다.

이 전 감독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나이지리아 U-17 월드컵 때다.

이 전 감독의 지휘 아래 대표팀은 우루과이와 멕시코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제치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았던 손흥민과 김진수, 이종호(전북)가 이 전 감독과 함께 했다.

이후에도 이 전 감독은 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 16강과 2012년 AFC U-19 선수권 우승, 2013년 터키 U-20 월드컵 8강 등의 성과를 냈다.

짧았던 그의 지도자 경력의 하이라이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다. 한국은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임창우의 결승골로 2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선수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이 전 감독에게 우승 사령탑이라는 칭호를 안겼다. 이 전 감독은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부족한 나를 믿고 하나로 똘똘 뭉쳐 잘 따라와준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제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전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당분간은 쉬고 싶다"던 그도 선수 시절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메달의 꿈을 위해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제자들과의 리우행을 꿈꾸던 이 전 감독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지난해 1월이다. 태국 킹스컵 대회 참가 도중 고열로 귀국한 그는 급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이 전 감독은 곧바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투병 생활을 했다. 소식을 접한 이들의 온정이 쏟아졌다. 제자들은 그해 3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이 전 감독의 회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한 축구팬은 헌혈증을 기증하기도 했다.

통원 치료와 요양을 하며 다시 한 번 녹색 그라운드에 서는 날을 꿈꿨던 이 전 감독은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 전 감독의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월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1남1녀가 있다. 발인은 28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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