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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과 여야, 해임건의안 충돌로 국회 마비시킬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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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5 22:03:11 수정 : 2016-09-25 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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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수용 불가 입장 밝혀
김 장관 스스로 결단 내리길
파행 책임 야 3당도 반성해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정국 파행과 국회 마비가 우려되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징후 등 안보 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내부 분열로 국정이 정쟁에 발목잡히는 꼴이어서 개탄스럽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은 그제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무소속 의원 170명이 참여한 표결 결과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됐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통과는 13년 만으로, 20대 국회의 여소야대 위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해임건의안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제 오후 장차관 워크숍에서 “나라가 위기에 놓여있는 이런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어제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점,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요청한 점 등을 감안해 박 대통령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일 뿐이고 박 대통령이 이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당·청 지적대로 이번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처리 시 발생한 이른바 차수 및 의사일정 순서 변경 등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국회법 규정대로 국회의장이 원내 교섭단체 간 협의 절차를 준수했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더라도 국회가 결정한 만큼 대통령이 존중하는 게 정도이고 순리다. 과거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은 모두 다섯 차례이고 그때마다 해당 장관은 모두 사퇴했다. 2003년 노무현정부 시절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역대 어느 정권도 해임안 통과를 거스른 적이 없다”고 수용을 압박해 관철했다.

박 대통령의 건의안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김 장관이 먼저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이 해명되고 사실과 다르더라도 ‘흙수저’ 운운하며 처신을 잘못해 공분을 샀다. 해임건의안을 자초한 측면이 적잖다. 국회 차원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서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지도 의문이다. 결단을 내리는 것이 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다.

20대 국회는 출범한지 몇 달도 안 돼 ‘새 정치’에 대한 국민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4·13 총선 민의였던 ‘협치’ 정신을 내팽개치고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역대 최악의 19대 국회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벌써 나온다. 이번 해임건의안 사태에서 보듯 입법 권력을 장악한 야 3당의 독주 탓이 크다. 지난달만 해도 상임위에서 추경안을 표결로 단독처리하는 등 ‘수적 우위’를 앞세운 실력행사를 서슴지 않았다. 이는 자신들이 성토했던 여당의 구태라는 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거부에 맞서 대여 공세로 일관한다면 파행 정국에 대한 책임과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해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을 예고한 것은 국정운영을 책임진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 국회 마비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가뜩이나 경제난에다 지진사태로 고통받고 불안한 국민을 생각하는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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