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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반기문·오바마의 마지막 유엔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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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5 22:10:05 수정 : 2016-09-25 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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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핵실험으로 치명상
국제기구로 소임 못한 채 추락
두 사람 다자주의 지키려 분투
후임자들 거센 도전 극복 과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유엔 총회에 참석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개막된 올해 유엔 총회의 회의장은 그 어느 때보다 짙은 어둠에 휩싸여 있다. 한반도와 시리아 등 중동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전 세계적인 자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 열풍으로 국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지만 유엔은 속수무책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시작으로 193개 유엔 회원국의 지도자들이 번갈아가며 총회장에서 약 30분간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는 ‘멋진 잡담’(뉴욕타임스)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은 마지막 유엔 총회 개막 연설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지역 및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북한 지도자들이 태도를 바꿔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를 다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유엔은 북한의 연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도발을 할 때마다 대북 제재 결의안 등을 채택해 북한에 압박을 가했다. 또한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북한에 유엔 결의를 내세워 대북 경고음을 발령했다. 북한은 안보리 결의 등 유엔의 제재 조치에 코웃음을 쳤다. 유엔 안보리는 국제사회에서 법적인 구속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렇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 이사국(P5)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안보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마비되기 일쑤이다.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이 안보리에서 버티고 있는 한 미국 등이 안보리를 통해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북한의 다섯 차례 핵실험 과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유엔은 국제 평화 기구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2월 취임한 반 총장은 유엔 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 총장은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남북 문제의 해결사가 돼주기를 바랐던 한국인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해 남북 문제의 돌파구를 여는 시도를 해왔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5월 반 총장의 개성 방문을 초청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임기를 2개월가량 남겨 놓은 반 총장이 최후의 순간에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반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파리 기후변화 협약 체결에 성공하는 역사적인 업적을 남겼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의 대통령’이 결코 아니다. 유엔 총장이 외교 무대에서 스타 파워를 과시할 수 있지만 유엔 헌장 등 어디에도 유엔 사무총장의 실질적인 권한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의 막후 협상으로 선출돼 취임 이후에도 줄곧 P5의 견제를 받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최근 국제사회에 거세게 불고 있는 우파 포퓰리즘 바람은 유엔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더 이상 경찰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강행했다.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에 극우 정권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유럽 등 각 지역에서 반이민, 난민 수용 거부 등 신고립주의가 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동에서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테러는 신고립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유엔은 그러나 국제적인 테러 사태에도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 총장과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다자주의 접근 방식을 지켜려고 분투했다고 USA 투데이가 지적했다. 반 총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뒤를 이을 후임자들은 다자주의를 폐기하려는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사의 격변을 최일선에서 겪은 반 총장이 내년 1월 중에 귀국해 한국 정치권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 총장은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한국의 생존을 지키고, 국익을 최대화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혼탁한 한국 정치권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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