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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3년 전 그 코스 그대로…외면 받는 시티투어

입력 : 2016-09-25 18:57:41 수정 : 2016-09-25 18: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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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서 303개 투어 노선 운영…코스 단조·즐길거리 없어 이용 저조
관광메카 제주, 하루 평균 31명 탑승/ 서울·부산 외엔 적자… 세금으로 메워
한 도시를 효율적으로 관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시티투어는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며 안내 서비스를 해주는 버스 관광 서비스이다. 버스를 타는 것만으로 도시 곳곳에 산재된 매력물을 탐방할 수 있다. 지붕 없는 2층 버스를 타고 빅벤과 버킹엄궁전, 대영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영국의 시티투어, 수륙양용 자동차로 육지와 강을 넘나드는 미국 시애틀의 시티투어, 발레, 브레이크 댄스 등 깜짝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뉴욕의 ‘더 라이드’ 등이 대표적이다.국내에서는 75개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303개 노선의 시티투어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운영 실적은 제각각이다.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흑자를 내는 곳도 있지만, 빈차투어나 만성적자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곳도 있다.


25일 울산시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모두 19만7511명이 이용했다. 2002년 한 해 동안 5842명이 이용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1만7186명, 지난해 1만4932명이 이용했다. 버스 대수를 늘리고, 자유롭게 승·하차가 가능한 순환형을 도입하면서 올 상반기(1∼8월) 현재 1만5283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자 폭은 매년 커지고 있다. 평일에는 회차당 이용기준(5명 이상)에 못 미쳐 운행이 취소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3년 한 해에만 1억9746만원의 적자를 냈고, 2014년 2억3389만원, 지난해 3억1683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도는 수원, 안산, 화성 등 14개 지자체에서 시티투어를 운영 중이다. 고양시는 민간업체에 위탁해 4개 코스에 3대의 버스를 운영했지만, 지난해 3116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8.5명. 운행 횟수도 1년의 절반이 안 되는 141회에 그쳤다. 그러나 버스 운영에는 2년간 1억5600만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수원시는 시티투어 운영업체에 지난해 1억800만원, 올해 9200만원을 지원했지만 하루 이용객은 평균 15~18명 수준에 머물렀다. 광주시는 연간 2000만원을 들여 4~6개 코스의 시티투어를 운영 중이지만 지난해 이용객 요금 등 수익은 200만원에 불과했다.


울산시가 시티투어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2층 버스에 이용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미국 뉴욕의 시티투어 버스 ‘더 라이드’.
울산시·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전북 정읍과 고창 부안이 함께 운영하는 서남권시티투어는 지난해 68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했지만, 수익은 6000만원이었다. 군산시는 지난해 7410만원을 지원했지만 수익금은 4400만원으로 3000여만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익산시는 여행사를 통해 버스 운행 1대당 3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입장료 수익금은 연간 1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경남에서는 창원, 통영 등 7개 지자체에서 시티투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적자다. 산청군은 지난 한해 이용객이 70명에 불과했고, 함양군은 125명, 창녕군 192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2000년부터 시티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억원을 세금으로 지원했지만, 수입금은 2억원(탑승객 5만1375명) 정도여서 4억원의 적자를 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4년 11월부터 운영 중인 제주황금버스시티투어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외국인 전용으로 차별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용객이 거의 없어 투자 대비 효과는 미미하다. 첫해 버스 정류소 등 인프라 구축에 4억5000만원 보조금이 투입됐고, 지난해 3억5000만원이 지원됐지만 지난해 탑승객은 1만1012명에 그쳤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31명. 버스 2대가 하루 12차례 운행한 걸 감안하면 한차례 운행당 3명도 탑승하지 않은 셈이다. 탑승객이 적다보니 지난해 수익은 1억2000만원으로 2억3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제주도관광협회의 자부담 2억원을 추가하면 적자폭은 더 커진다.


서울과 부산은 흑자를 내고 있다. 부산은 시티투어 이용객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최근 3년간 이용객 수는 71만7813명에 달한다. 부산시와 민간 사업자, 관광공사가 협업해 부산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코스를 꾸준히 개발한 결과다. 3년간 판매 수익금은 74억183만원으로 부산시가 별도로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2014년에만 4억6200만원의 흑자를 냈고, 지난해에는 2억51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서울 역시 시의 예산지원 없이 투어 버스를 운행한다. 최근 3년간 64만8814명이 이용했다. 지난 7월부터는 강남과 강북을 연결한 서울하이라이트 코스 등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코스와 프로그램으로 이용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는 국내 최초의 공정여행 시티투어인 ‘착한여행-하루’ 를 만들어 호응을 얻고 있다. 하루 동안 화성시 곳곳을 방문하는 노선과 프로그램을 매월 바꿔가며 계절에 맞게 지역민과 소통하는 관광체험을 제공한다.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한다. 먹거리와 체험거리 등의 수익금은 모두 화성시 지역사회로 환원된다.

전문가들은 시티투어 활성화를 위해선 단순 관람이 반복되는 등 대동소이한 운영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년간 같은 코스를 맴도는 등 단조로움을 벗어나 지역의 관광소재를 살린 체험 등 흥미를 끌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학 울산과학대 교수는 “시티투어가 지역의 관광지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그 지역을 알린다는 공익적 목적이 있지만, 이왕 만들어진 것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지갑을 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 지역의 상징성을 더한 프로그램 개발과 다양한 프로모션, 홍보 및 마케팅에의 투자, 접근성 확대 등으로 매력요소를 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자체들은 새로운 버스를 도입하거나 코스를 개발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울산시는 오픈탑 2층 버스를 도입하고, 명사와 함께하는 시티투어, 야간시티투어 코스를 도입했다. 매력도가 떨어지는 곳은 제외하는 등 매년 6월과 12월 진행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이용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인천시는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시티투어 버스 배차간격을 30분으로 줄였고, 대구시는 치맥페스티벌과 같은 축제 참가자들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시티투어 활성화 대책을 추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부터 시티투어의 지원 정책을 질적 다양화로 전환할 방침이다. 주제성과 관광객의 체험요소 등 타 지자체와의 차별성 높은 프로그램을 선정해 기획·홍보 예산을 지원하고, 프로그램 컨설팅 등을 통해 지역별로 색다른 관광콘텐츠형 시티투어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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