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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내 어둠의 체질 밝게…” 작가 감성·예술관 고스란히

입력 : 2016-09-22 21:09:21 수정 : 2016-09-22 2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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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소설가의 시읽기’ 출간 “내가 그의 ‘갈대’에 반해버린 것은 실컷 울어보는 게 내 소원이기 때문이다. 울음 욕망은 내게 있어 세상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고 희망이 되었다. 하지만 세상 아무것도 나를 실컷 울리지 못했다. 늦깎이 대학생, 늦깎이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참담한 가난, 그래서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한(恨), 그런 것들은 결코 내 울음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소설가 김용만(76·사진)은 신경림의 초기 시,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로 끝나는 ‘갈대’를 읽으면서 자신의 ‘울음 욕망’을 투사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고통론’을 거론한다. 누구나 탐내는 행복이 사실은 오염된 가짜 행복이며, 진정한 행복은 고통의 심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울음의 매개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그런 매개체 중에는 ‘바보’도 있다고 설파한다. 그리하여 신경림의 다른 시,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로 시작되는 ‘파장’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김용만은 계간 ‘미네르바’에 신경림을 필두로 정호승 도종환 함민복 김남조 최동호 문효치 장석남 문태준 오세영 정진규 서정주 김춘수 등 13인 ‘시 읽기’를 4년여에 걸쳐 연재한 뒤 그 결실을 ‘김용만 소설가의 시 읽기’(현대시)로 펴냈다. 신경림의 시 읽기에서 보듯 소설가 김용만이 읽는 시는 기존의 독법과는 다르게 새로운 서사의 관점이 개입돼 읽는 이의 개인사와 감성과 예술관을 흥미롭게 톺아볼 수 있는 결과물로 축적됐다.


‘반성문을 쓰게 하는 함민복의 시’에서는 “장마 지려나/ 개미들이 새까맣게 줄지어 이사를 간다/ 거기서는 잘 살아라”(‘이사’ 전문)를 먼저 읽는다. 그는 이 시를 두고 “가슴이 찡해진다”면서 “눈물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한 마리의 외로운 개체가 아니라 집단이라고 하는 군체(群體)에 의지할 성싶어 그나마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라고 쓴다. ‘장석남 시어의 개벽과 그 배경’에서는 “장석남에게 걸려든 언어는 골격부터 부서지게 마련”이며 “언어의 구조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드디어 가슴을 열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서정주의 풍류와 모국어 가락, 그리고 멋의 세계’에서는 “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시인은 하늘과 친숙할 수밖에 없는데 그건 신탁이며 운명”이라고 보았다. 김용만은 “‘시 읽기’ 연재를 끝내니 감옥에서 풀려난 기분”이라며 “어둠을 좋아하던 내 체질이 밝아지다니, 시가 무엇이길래 칠십 평생 어둡게 살아온 내 ‘천당’의 색깔을 표백시킨단 말인가!”라고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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