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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10대 성매매 부추기는 '채팅앱' 활개… 제재 안 받는 운영업체

입력 : 2016-09-21 19:20:22 수정 : 2016-09-26 17: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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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법안 없어 단속 제대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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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성관계를)해야 지워주실 거예요?”

지난해 A(17)양은 성관계 장면이 녹화된 영상을 빌미로 재차 성관계를 요구하는 B(32)씨에게 수차례 영상 삭제를 애원했지만 허사였다. B씨와의 악연은 A양이 한 익명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으면서 시작됐다. 이 앱에서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된 B씨는 성매매를 제의했고, 청소년이 쉽게 만져볼 수 없는 액수에 현혹된 A양은 덜컥 제안에 응했다.

성관계 후 죄책감에 시달린 A양은 해당 앱을 삭제했지만 B씨는 악마로 돌변해 마수를 뻗쳤다. B씨는 A양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매매가 이뤄진 본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일부를 보여주며 “한 번만 더 만나주면 지워주겠다”고 요구했다.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던 A양은 결국 십대여성인권센터에 도움을 청했고, B씨는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그제서야 A양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성인인증이 필요없는 익명 채팅앱이 A양 같은 10대 성매매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재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익명 채팅앱 사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현재 서비스 중인 익명 채팅앱은 200개가 넘는다. 유명 앱은 다운로드 수가 100만건을 넘을 정도다. 이 중 C앱은 ‘하루 매출만 3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사 앱을 개발·서비스하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다.

21일 십대여성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이들 앱에는 ‘조건만남’, ‘ㅈㄱ’, ‘ㅈ건’ 등 성매매 제안을 암시하는 내용을 포함한 글이 넘쳐난다. 고등학생을 뜻하는 ‘고등어’ 등 청소년을 노리는 글도 수두룩하다. 지난 2∼5월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의 채팅앱 성매매 집중단속에 적발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사범만 419명에 달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익명 채팅앱 운영업자는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현행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 성매매 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앱 운영업체는 직접 게시글을 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빠져나간다. 10대 대상으로 성매매를 제안한 게시물은 법률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해당 음란물에 대해 삭제 등의 조치를 의무화한 조항도 비켜간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금전을 대가로 한 성행위’라는 성매매의 개념을 엄격히 적용하다 보니 실제 광범위하게 쓰이는 ‘조건만남’이란 단어조차 제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 19대 국회 때 앱 운영업체의 청소년 성매매 정보 관리를 의무화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성매매 당사자 처벌 규정으로 제재가 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유야무야됐다. 익명 채팅앱에 대한 성인인증 등 기술 조치를 의무화하는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 역시 먼지만 쌓인 채 19대 국회 종료로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관련 법안은 발의조차 안 된 상태다.

2003년 ‘인터넷 이성소개사업을 이용해 아동을 유인하는 행위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위반자를 엄격히 처벌하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이 법은 △이성소개 사이트 사업자의 경시청 등록 △18세 미만 아동 가입 금지 △청소년 성매매 암시 글 게시 금지 △본인 인증 의무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유명 익명 채팅앱은 소위 ‘미아리 텍사스촌’이라 불릴 정도로 방관을 넘어 성매매를 조장하고 있다”며 “수년 전부터 관련 사건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법이나 정부 조치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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