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는 198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일본의 경제 불황이 시작된 시점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혹은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한 젊은이가 늘어나면서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다행히 그 숫자는 최근 줄어들고 있다. 2010년에는 약 69만6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15만5000명 정도가 감소했다. 최저임금을 높여 간단한 아르바이트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한몫을 했다. 더불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수강이 가능한 가상학교 등을 운영해 사회복귀를 도왔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히키코모리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SNS의 발달로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힉시’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도 생겼다. 집에서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과 소통하면서 사회성 회복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극작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으로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사례도 언론에 종종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사회문제가 해소됐다고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우선 통계상의 착시현상이 있다. 일본 내각부는 히키코모리를 15~39세로 한정하고 있다. 40세 이상은 집계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내각부 발표에 의하면 7년 이상 은둔생활을 하는 히키코모리의 비율은 지난 5년간 16.9%에서 34.7%로 늘었다. 장기고령화 현상이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여러 정책에도 이 현상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특정 이념이나 성향으로의 일방적 소통과 집단화 현상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특히 SNS의 발달과 확산으로 많은 나라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적지 않은 우리 청소년도 이런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경제상황도 녹록지 않다. 청년실업률도 높아만 가고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한 사교육 바람도 도를 넘었다. 이 경쟁에 뒤처진 청소년 상당수는 스마트폰의 위로에 취해 있다. 이슬람 신자도 아닌 한 청소년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관련 연구와 정부의 지원 대책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