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자살 예방의 날’을 앞두고 만난 한국자살예방협회 오강섭(56) 회장은 ‘자살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며 자살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오강섭 회장이 최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횡단보도 앞에 서서 카메라를 응시한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오 회장의 뒤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길을 가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자살을 절대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자살률이 높은 사회의 특징입니다. 한국 사회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오 회장은 ‘자살은 아프거나 힘들면 할 수 있는 것’이란 인식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죽하면 그랬겠느냐”, “얼마나 힘들었으면”과 같은 잘못된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 그는 인터뷰 내내 ‘잘못된’, ‘절대’란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면서 이 같은 사회적 풍토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같은 지론은 오 회장이 한국자살예방협회에 발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기도하는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환자 개인의 치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다양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는 것.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인 그는 협회가 2004년 자살 예방 관련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출범을 준비할 때부터 동참했으며 지난 2월 회장직에 취임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건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1997년 15.6명에서 1998년 21.7명으로 뛰더니 신용카드 대란이 불어닥친 2003년(28.1명) 이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년에는 27.3명을 기록했다. 대부분 자살은 자살 징후, 즉 경고 신호를 동반한다. 평소 하지 않던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오 회장은 “번개탄의 일산화탄소를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대만처럼 번개탄 구입을 어렵게 하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회장은 유명 인사의 자살을 다루는 언론 보도의 문제점도 ‘아프게’ 지적했다. “유명 인사의 자살이 일반인 자살로 이어지는 ‘모방 자살’을 막으려면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살의 원인을 함부로 예단해 보도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오 회장은 자살을 생각하거나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자살이 잘못된 선택이란 점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삶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자살 말고는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자살 외에도 길이 얼마든지 있다”고 호소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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