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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하루 6시간 근무제 경제효과 증명됐다

입력 : 2016-09-05 13:25:03 수정 : 2016-09-05 13: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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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은 과연 직원들 건강과 사기 진작, 생산성 향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스웨덴 한 요양원에서 지난 1년 간 진행된 ‘하루 6시간 근무제’ 실험 성적표가 나왔다고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웨덴 한 요양원의 하루 6시간 근무제 실험은 직원들 건강과 행복, 환자 돌봄의 질 향상에 긍정적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인디펜던트 캡처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스웨덴 예테보리 시 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스바르테달렌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0시간으로 줄이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약 1년 동안 간호사들 급여 수준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하루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실험이었다. 예테보리 당국은 변함없는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예산 600만크로나(약 8억1610만원)를 들여 간호사 15명을 새로 채용했다.

실험은 하루 6시간 근무하는 간호사들과 그렇지 않은 다른 지역 요양원 간호사들의 ▲건강 상태 ▲행복도 ▲환자 돌봄의 질을 비교 분석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스바르테달렌에서 일하는 68명의 간호사들 병가일수는 근무시간 단축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근 2주 동안 조퇴나 연차 등 휴가 신청을 단 한 번도 내지 않는 직원 수도 이전보다 2.8배 늘었다. 또 직원들 행복도는 22%, 환자에 대한 돌봄 활동은 64% 증가했다고 실험 보고서는 덧붙였다. 

스웨덴 예테보리 시 당국자들. 사진=인디펜던트,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1년 간 이번 실험의 관찰과 평가를 주도한 벵트 로렌존 연구원은 "실험은 간호사들이 좀더 여유가 있고 건강해진다면 그 혜택은 결국 요양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로렌존 연구원은 앞으로 6시간 근무 도입을 위해 새로 고용한 15명의 직원에 대한 비용이 환자 돌봄의 질과 직원들 사기, 건강 상태 향상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볼 예정이다.

주 30시간 근무제 효과는 민간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02년 하루 6시간 교대 근무제를 도입해 시행 중인 도요타 스웨덴 지사는 ‘사이언스얼러트’와의 인터뷰에서 "전반적 이윤이 25%가량 증가했고, 직원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이직률 역시 낮아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6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스웨덴의 정보기술(IT) 회사 ‘백그라운드 AB’의 지미 닐손 공동대표는 영국 BBC방송에 "8시간 동안 일에 집중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6시간 동안 일을 한다면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시간 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심각하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헬싱키대학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유럽과 미국, 호주 등의 근로자 60만3800여명을 대상으로 ‘장시간 근로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사한 결과 "주당 55시간을 일하는 근로자들은 주당 35∼40시간을 일하는 근로자보다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33%,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은 13% 높았다"고 밝혔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유고브가 지난해 10월 ‘하루 어느 정도 근무할 때 가장 생산성이 높은가’라는 여론조사를 벌였을 때 응답자의 56%는 ‘7시간 이하’라고 답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의 야당 의원은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 경제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률을 낮춰 실업률을 높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웨덴 경영자협회의 수잔 스펙터 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으며 도리어 다른 국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높은 실업률을 야기해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의 건강 악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고 송지원 스톡홀름경제대학 박사과정생이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2월호를 통해 전했다.

OECD의 지난해 기준 회원국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 비교 자료. 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 가장 노동시간이 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약 3만2000원에 불과했다. 자료=OECD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보면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에 일정부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OECD 통계를 보면 한국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113시간으로 OECD 34개 회원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스웨덴(연 1612시간)보다 501시간 많았다. 하지만 근로자 1인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스웨덴 57.57달러, OECD 평균 49.34달러인 반면 한국은 30.97달러에 불과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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