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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의역사의창] 계승해야 할 기록문화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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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30 21:32:42 수정 : 2016-08-30 21: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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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기록유산 세계적 자랑거리
내달 세계기록총회 뜻깊은 행사 되길
2016년의 리우 올림픽에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종목은 양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양궁은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여자 단체전의 경우 1988년의 서울 올림픽부터 무려 8회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쯤 되면 활쏘기 능력에 관한 한 한국인에게는 특별한 유전자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고구려의 건국 시조 주몽이 ‘활을 잘 쏘는 아이’란 뜻이고, 말을 타며 활을 쏘는 고구려 고분벽화 속 무사들의 모습이나 신이한 능력을 갖춘 태조 이성계의 활솜씨에서 우리 민족의 탁월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덧 활솜씨 유전자는 우리 정신과 육체에 그대로 계승이 된 듯하다.

선조들에게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특별한 유전자는 기록물을 편찬하고 이를 철저히 보관한 기록문화의 전통이다. 현재 한국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을 총 13건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시아 1위이며 세계 4위의 수준이다. 이러한 세계기록유산 대부분은 조선시대에 생산되었다. 훈민정음을 비롯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儀軌), ‘동의보감’, ‘일성록’, ‘난중일기’, 유교 책판 등 총 8건이나 된다.

이러한 기록물은 정치에서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유도함으로써 왕부터 모범적으로 정치행위를 할 수 있게 유도했다. 조선왕조가 500년 이상 장수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기록문화의 전통을 꼽는 까닭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와 왕실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정리한 의궤는 건국 초부터 작성하기 시작해 왕조 멸망 때까지 단절됨이 없이 쓴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왕조 내내 선대에 마련한 기록문화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록물은 기록도 중요하지만 보관하는 시스템 확보도 중요하다. 조선왕조는 책을 보관하는 사고(史庫)를 여러 곳에 배치하고, 정기적인 포쇄(曝?·책을 바람과 햇볕에 말림) 등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특히 조선후기에는 태백산, 오대산, 정족산, 적상산 등 산간 지역에 사고를 설치하고 인근 사찰로 하여금 관리하게 했다. 철저한 보존을 위해 관리에 따른 불편을 기꺼이 감수했던 것이다. 실록이나 의궤가 거의 훼손되지 않고 현재까지 보존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러한 분산 보관과 기록물 보존에 대한 철저한 정신이 큰 몫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의궤의 경우에도 행사가 끝나면 5부에서 9부를 제작했기 때문에 외규장각에 보관됐던 의궤가 프랑스군에 의해 방화나 약탈을 당했지만 대부분의 의궤는 거의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록물은 서로 다른 특징과 개성을 지니면서 당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한편 조선시대의 문화 역량이 매우 높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마침 오는 9월 5일부터 10일까지 190여 개국이 참여하는 세계기록인의 대축제인 ‘세계기록총회’가 ‘기록, 조화와 우애’라는 주제로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세계에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선조들의 기록유산과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기록문화를 접했으면 싶다. 그리고 이 총회가 기록문화를 매개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의 접점을 찾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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