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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제의책읽기,세상읽기] ‘공짜 점심’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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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9 19:37:10 수정 : 2016-08-29 19: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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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보통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부(富)를 성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상대적으로 비교하면서 속상해하기도 하고, 궁금해하기도 한다. 노력을 덜했을까. 숙련된 기술이나 재능이 떨어졌을까.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의 저변에는 성취에 대한 개인 신화들이 자리 잡는다. “이만큼 세우기까지 우리는 어느 누구한테도 의존하지 않았다”는 미국 금융가의 거물 샌포드 웨일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과연 그럴까. 워런 버핏은 다르다. “내가 번 것 중에 아주 많은 부분은 사회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이전 세대나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일하기 좋았던 여건을 그는 주목한다. 자신이 미국에서 1700년에 태어났더라면, 혹은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더라면 결코 그런 성취를 거둘 수 없었으리라고 말한다. 또 미국의 진보적 정치경제학자 가 알페로비츠와 공공정책 연구가인 루 데일리가 공저한 ‘독식비판’에서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아들이 언젠가 남길 유산에 대한 과세를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성공은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얻게 되는 산물이다. 이곳에서는 교육과 연구에 보조금이 지급되고, 질서정연한 시장이 있으며 또 사적 부문이 공공투자 덕분에 엄청난 이득을 거두고 있다. 누군가가 실질적인 공공투자의 혜택을 입지 않고도 미국에서 부유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단언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오만이다.”

‘독식비판’은 ‘지식 경제 시대의 부와 분배’의 문제를 경제사상사의 관점에서 다룬다. 단순히 말하자면 웨일보다는 버핏의 견해가 타당함을 논증한 책이다. 시간을 가장 위대한 발명가라고 했던 이는 프랜시스 베이컨이었다. ‘독식비판’의 저자들이 보기에 현재의 성취는 오랜 시간적 축적의 보상 혹은 과거로부터 전해진 선물이다. “현 상태의 국가는 우리 이전에 살았던 모든 세대들의 발견, 발명, 개선, 숙달, 분발의 결과”라고 했던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를 각별히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늘날 경제성장의 원천은 지식인데, 모든 지식은 사회 속에서 축적된다. 축적된 지식의 새로운 결합을 통해 기술 진보와 새로운 지식 생산이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투자자는 공공 부문이다.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 지식의 응용을 통해 새로운 발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지식을 저장하거나 증폭하는 사회적 장치 내지 능력이 크게 신장됐다. 이렇게 지식과 기술은 사회의 공동 축적물인데, 그 소유권이나 사용권이 소수에게 편중된 것은 문제다 라고 해 그 소수들에게, 그대 공짜 점심을 꿈꾸고 있지 않는가 라며 묻고 싶어한다.

알페로비츠와 데일리는 “개혁을 위해 가장 분명하게 포함시켜야 할 영역은 상위 1~2퍼센트에 대한 소득 과세 증가, 현행 사회보장세의 상한액 인상, 법인세 증액, 그리고 대규모 토지에 대한 상속세 인상이다. 특히 대규모 자본이 사적으로 상속되는 일은 자신이 기여해 번 것에 대해서만 응분의 권리 자격을 가진다는 원칙을 어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경제 정의의 새로운 패러다임 문제다. 우리도 사려 깊게 그러나 실천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여서, 책을 덮는 마음이 무겁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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