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슬람계, 희생제와 9.11테러 날짜 일치 '곤혹'

이슬람의 주요축일 중 하나인 이드 알아드하(희생제) 날짜가 올해는 공교롭게도 9.11테러 15주년일인 9월 11일이 될 전망이어서 미국 이슬람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드 알아드하는 새로운 달이 뜨는 이슬람력(히즈라력) 12월의 열흘 째 되는 날에 열린다.이드 알아드하는 아브라함이 이스마엘을 제물로 바치려다 알라의 제지로 대신 염소를 바친 것에서 유래한 축일로, 이슬람력은 음력을 따르기 때문에 매년 축일의 날짜가 달라진다.

뉴욕타임스(NYT)는 9.11테러 15주기에 이슬람 신도들이 축일을 지내는데 대해 미국 시민들이 오해할 가능성에 대해 벌써부터 교단이 고민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런가하면 뉴욕 시 당국은 이날 이슬람신도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우려 때문에 치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이슬람교 지도자인 이맘이 모스크를 나서다 괴한의 공격받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모스크는 올해 이드 알아드하 축일을 과거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내고, 야외에서의 활동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조심스런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드 알아드하 때 다른 종교의 신도들을 초대해 서로 대화하고 이해를 넓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모스크들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올해 이슬람력 12월은 9월 1일 또는 9월 2일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9월 11일이 아닌 9월 12일이 이드 알아드하 날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이슬람력의 또다른 축일인 이드 알피트르가 9월 11일에 가까운 날짜인 적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슬람 축일이 9월 11일인 적은 2001년 9.11테러 이후 한번도 없다.

미국-이슬람 관계위원회의 로버트 맥코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 나라의 모든 이슬람 지도자들이 (이드 알아드하 날짜를) 신경쓰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도 다른 모든 미국인들처럼 9.11테러를 애도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그 날은 무슬림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 국민이기 때문에 기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드 알아드하는 단식월인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이드 알피트르와 함께 이슬람 양대 명절 중 하나이다. 이슬람교 신도들은 성지순례 하지의 마지막 의식으로 치르는 이드 알아드하를 '큰 명절', 이드 알피트르를 '작은 명절'로 부른다.이드 알아드하 축일 기간은 통상 3~4일 정도이며, 추석 명절처럼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지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