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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친박·친문당이 키우는 ‘제3지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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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8 22:37:05 수정 : 2016-08-29 01: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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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세 나이에 영국 만년 야당인 노동당 총재가 된 토니 블레어. 진보·좌파의 정치방식을 바꾼 ‘제3의 길’로 새 바람을 일으켜 3년 뒤 1997년 총선에서 압승했다. 10년 집권하며 총리를 지낸 블레어는 회고록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많이 따라 했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클린턴의 1992년 대선 슬로건은 불황에 허덕이던 미국인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 제3의 길은 ‘국민 우선’이 요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제3지대론’이 회자된다. 여야 1, 2당 주류 세력이 기득권을 다지면서 불씨가 지펴지는 형국이다. 친박계가 새누리당 당권을 장악한 데 이어 친문계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접수했다. 양당의 비주류는 차기 경쟁에서 불공정성을 우려해야할 처지가 됐다.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는 제3지대론과 관련해 주목받는 여야 잠룡을 두루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김종인 전 대표를 피하고 있다고 한다. 정계복귀가 임박한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지사 등을 만났다. 상호 간보기가 성업 중인 풍경이다.

제3지대론은 역대 대선에서 단골로 등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중간지대로 헤쳐모인 세력들의 구심력은 약했고 대표 주자의 경쟁력은 떨어졌다. 국민과 변화가 아닌 표와 정치 공학이 우선한 탓이다. 안 전 대표도 이를 의식한 눈치다. 어제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제3지대론 대해 “총선 민심에 반한다”고 일단 거리를 뒀다.

앞으로 비주류를 내모는 원심력이 커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우병우 지키기’에 혈안인 이정현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은 비박계가 설 땅이 없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문재인 후보 지킴이를 선포한 상태다. 친박, 친문 패권주의가 노골화되고 민심이 떠나가면 비주류 주자가 잔류할 명분은 약화된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이 추미애 지도부에게 다양성과 역동성을 주문한 이유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친박이 설칠수록 여당행의 부담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보수, 진보 양 극단의 집토끼만 신경쓰는 친박, 친문당은 중도 산토끼를 향한 제3지대론의 자양분인 셈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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