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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바간 유적 복구 참여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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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8 22:35:51 수정 : 2016-08-28 22: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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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본 미얀마의 바간은 기자의 머릿속에 문화재가 만든 최고의 경관으로 남아 있다. 쉐신도 사원에서 내려다본 해질 무렵의 풍경은 압권이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저녁의 공기 속에서 크고 작은 탑, 사원과 넓게 펼쳐진 녹색 평원의 조화를 보며, 불교가 꿈꾸는 낙원이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비유하자면 미얀마에서 바간은 한국의 경주와도 같은 곳이다. 미얀마 최초의 통일국가 바간 왕조는 1044년 이후 240여 년간 이어지며 수도 바간을 불국토로 조성하려 했다. 5000개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탑과 사원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려 했던 의지, 노력의 표상이었다. 불교 3대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에는 지금도 2300여개가 남아 있어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강구열 문화부 기자
안타까운 것은 지금의 미얀마가 바간 유적을 제대로 관리할 만한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탑, 사원은 미얀마인들에게 여전히 종교적 경배의 대상이지만 문화재 관리란 관점에서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동물 배설물, 공기 중 오염물질, 식물 뿌리 등에 의한 생물 피해가 심각하고 구조적인 문제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것도 꽤 있다.

지난 24일 미얀마에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6.8의 강진이었다고 한다. 인명 피해가 적었다니 다행이지만, 많은 유적들이 무너져 내렸다. 다음날 미얀마 종교문화부는 230여 건의 유적이 피해를 입었고 바간 유적의 피해가 가장 컸다고 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니 그때 봤던 사원들이 짙은 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피해를 복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당시 만났던 바간박물관 관계자의 말이 떠올랐다.

“무엇이 얼마나 훼손되었는지,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우리는 모릅니다.”

솔직한 자기진단이었다. 그들은 문화재 보존, 복원의 가장 기초적인 지식, 기술, 장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2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함께 바간에 갔던 전문가는 “자체적으로는 복구를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바간 유적의 복구를 위해서는 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인도는 이미 지원에 나서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미얀마는 한국의 관심과 도움도 반기지 않을까. 바간은 한국과 몇 년째 인연을 이어온 곳인지라 이런 짐작을 해본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전문가들이 방문해 관리 기술을 가르쳤고, 장비도 지원했다. 미얀마 문화재계 인사들은 인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지원방식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의 나라 문화재 아니냐, 되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미얀마의 문화재’가 아니라 ‘인류의 유산’이란 관점에서 보면 바간의 유적은 ‘우리의 문화재’일 수 있다. 한국, 인도,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라오스의 ‘참파삭 문화경관 내 왓푸 사원과 고대 주거지’ 등의 보존, 복원에 나서고 있는 것에서 이런 관점과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알아서 잘 하길 바란다는 응원 정도로는 훼손과 파괴를 막을 수 없는 인류의 유산은 의외로 많다.

강구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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