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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왜 항상 우리집 가는 택시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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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7 19:00:00 수정 : 2016-08-28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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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택시 승차거부 관련 신고 6만여건/ 승차거부 1위는 홍대… 실랑이 끊이지 않아/ 택시기사 “어쩔 수 없는 거부도 있어” 고충 “내가 무슨 승차거부야! 뭐야, 당신네들 어?”

‘불금’(불타는 금요일)인 26일 오후 11시쯤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근처에서 때아닌 고성이 오갔다. 택시에 오른 한 여성 승객이 다시 내리는 모습을 목격한 서울시 승차거부 단속요원들이 택시기사를 불러세웠던 것. 여성 승객은 단속요원들에게 “목동 방향으로 가달라고 했는데 ‘안 될 것 같다’며 거부 당했다”며 “몹시 불쾌하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근처에서 승차거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과 서울시 소속 단속요원들이 흥분한 택시기사를 진정시키고 있다.

이때부터 택시기사와 단속요원들의 실랑이가 시작됐다. 흥분한 택시기사 A씨는 단속요원들을 밀치며 “무슨 승차거부냐”며 고성을 질렀다. 결국 소동은 10여분 뒤 인근 지구대 경찰관 2명이 오고서야 수습됐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이모(58)씨는 “단속을 하다보면 (오늘처럼) 욕설을 듣거나 몸싸움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매일 이 근방에서 4∼5건씩 승차거부를 적발해낸다”고 말했다.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신구로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서울 전역에서 특히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 택시 관련 신고접수가 많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지난해 승차거부 택시에 대해 ‘삼진아웃제’(면허취소)를 도입하는 등 관련 조치를 마련했지만, 시민들은 택시들의 ‘골라 태우기’가 여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대나 강남, 이태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선 승차거부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적지 않다.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근처에서 서울시 소속 단속요원들이 ‘택시 승차거부’를 단속하고 있다. 단속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실랑이가 벌어졌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택시 민원은 모두 9893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1801건)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치다. 이중 ‘불친절’ 관련 민원이 3762건으로 가장 많았고 ‘승차거부’가 2710건으로 뒤를 이었다. ‘부당요금’과 ‘장기 정차’ 관련 민원은 각각 1897건과 311건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택시 승차거부 신고는 6만여건에 달한다.

주말 저녁 홍대나 강남 등지에서 승차거부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직장인 김모(26·여)씨는 지난주 토요일 새벽 연남동 근처에서 택시를 잡는데 1시간가량 걸렸다고 한다. 김씨는 “집이 중랑구 쪽인데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렵다”며 “기껏 잡더라도 창문만 조금 내린 뒤 목적지를 듣고 ‘안 가요’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토로했다. 인사동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모(31)씨도 “택시는 많은데 우리집 가는 택시만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상반기 승차거부 신고 건수 3706건을 분석한 결과, 홍대입구역에서 접수된 승차거부 신고가 198건(5.3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역 121건(3.3%), 종로 90건(2.4%), 여의도 74건(2%) 순이었다. 요일별로는 토요일이 851건(23.0%)으로 가장 많았고 금요일 558건(15.1%), 일요일 546건(14.7%)이 뒤를 이었다. 시간대별로는 밤 12시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토요일 오후 12시 홍대입구역과 강남역, 종로구에서 ‘승차거부’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됐다.

승차거부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벽시간에 만취한 승객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강남역에서 승차를 거부했다며 만취상태로 택시기사를 폭행한 40대가 경찰에 입건됐다. ‘경기도 택시는 경기도 외에는 갈 수 없다’는 기사의 말이 발단이었다. 지난달 부천에서는 승차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택시를 빼앗아 탄 뒤 도주하다가 80대 노인을 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택시기사들은 “어쩔 수 없는 승차거부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택시기사 이모(44)씨는 “요즘 회사에서도 승차거부 교육을 많이 받는다”며 “교대시간 직전엔 승차거부로 민원이 접수되더라도 경위서를 쓰면 대부분 무마되지만 스트레스가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이모(52)씨는 “교대시간과 가까울 땐 사정을 얘기하면 이해해주는 손님도 많다”면서도 “술에 취해 무작정 승차거부로 몰아부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택시 민원 50% 감축’ 목표를 세우고 법인택시 민원총량제,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친절교육 강화, 친절택시기사 선정 등 조치를 마련해 시행 중”이라며 “올해 안에 택시 민원을 당초 계획인 50%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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