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리뷰] 김지운 감독의 ‘밀정’ 찾기 놀이, 빠져들 준비 됐는가

입력 : 2016-08-28 14:00:00 수정 : 2016-08-28 23:25: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일제에 나라를 뺏기고 신문물이 쏟아져 들어온 시대를 그린 또 하나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송강호 공유 한지민 이병헌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대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을 자랑하는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 제작 영화사 그림/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이다.

‘밀정’은 1923년 실제 일어난 황옥 경부 폭탄 투척 사건을 모티브로, 국내 최초로 ‘의열단’ 이야기를 그려 보인다.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반입하려는 의열단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일본경찰 사이 속고 속이는 ‘밀정 찾기’, 그리고 의열단과 일본 경찰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인물 이정출(송강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지운 감독은 ‘제3의 사나이’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구의 스파이물을 한국의 역사적 배경에 맞게 옮겨와 차갑고도 뜨거운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영화 초반 1920년대 배경을 십분 활용한 과격한 총격신이나 독립군 김장옥(박희순)과 일본 경찰간 지붕 위 추격신 등이 화려한 볼거리로 등장해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올려놓는다. 그러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는 이정출과 김우진(공유)에게로 이야기가 옮겨간다.

경성으로 향하는 기차 안, 일본경찰을 따돌리고 폭탄을 반입하려는 의열단과 그들의 정보를 미리 입수한 채 객실에 잠입한 일본경찰 하시모토(엄태구) 일행, 그리고 양쪽을 왔다갔다가는 이정출이 선보이는 고도의 심리전은 최고의 시퀀스다.



또 의열단 내부에 누가 진짜 독립군이고 누가 밀정인지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듯 지켜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의 변절자를 다시 변절시키려는 독특한 발상 또한 극의 재미를 돋운다.

그러나 상업영화답게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끌고 호기심을 유발할 만한 초반 이야기 장치는 다소 부족해 몰입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 왜 이 이야기여만 했는지 설명해주는 대목은 중반 정채산과 이정출이 첫 대면하는 신에서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이는 관객들 사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으로, 다만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감독이 지향하고자 했던 바와 만날 수도 있다.

송강호는 친일노선을 택한 일본 경찰 이정출로 분해 '정신적 이중국적자'라는 입체적 캐릭터를 그만의 방식대로 결을 입혀 탄생시켰다. 그런가 하면 특별출연한 이병헌의 카리스마는 그와 팽팽한 긴장감과 대비를 이뤄내다. 

그들의 틈바구니 속 공유나 한지민의 카리스마 역시 묵직하게 빛났고,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는 송강호 앞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는 연기로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15세이상관람가. 140분. 9월7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