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하회탈의 귀향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6-08-26 21:23:05 수정 : 2016-08-26 21:23: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탈놀이는 사람이 가면을 쓰고 다른 인물이나 동물, 초자연적 존재 등으로 분장해 춤추고 노래하고 대사를 주고받는 가무놀이다. 서민의 생활 경험을 극으로 엮으면서 특권계층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형식적 윤리에 대한 비판정신을 드러내고 삶에 활력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화가 김병종은 저서 ‘화첩기행’에서 안동 하회마을의 별신굿 탈놀이에 대해 “민(民)의 신명과 예(藝)의 정신이 녹아있는 몸짓”이라며 “놀이문화의 총체”라고 극찬했다.

미술사학자 최순우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탈에는 마을 사람들의 오랜 소망과 시름, 그리고 울분과 익살이 함께 겹쳐진 야릇한 웃음 자국이 얼룩져 있다”고 했다. 그는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 쓰인 양반탈의 ‘선량한 눈웃음’에 주목했다. “만사에 태평스러운 한국인의 성정이 야유받는 이 양반탈의 모습에도 잘 반영됐다”는 것이다.

해학의 미소를 담은 하회탈은 ‘한국인의 얼굴’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탈 중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이다. 고려 중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시 재앙이 끊이지 않던 하회마을에서 허도령이 꿈에 나타난 신령의 계시를 받아 탈을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지을 무렵 그를 사모하던 처녀가 금기를 어기고 엿보는 바람에 피를 토하고 죽었고, 마지막 이매탈은 턱 없는 탈이 되고 말았다는 전설이 있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洞祭)에서 별신굿 탈놀이를 할 때 쓰이던 하회탈은 하회마을에 전해진 것이지만, 1964년 국보로 지정된 뒤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해왔다.

원래 극 중 역할에 따라 14종이었으나 양반·선비·백정·각시·초랭이(양반의 하인)·이매(선비의 하인)·부네(기생)·중·할미·주지(상상의 동물· 암수 2점) 탈만 남아 있다. 하회마을에 인접한 병산마을에 전해져온 대감탈과 양반탈을 병산탈이라고 하는데, 하회탈과 병산탈을 합해 총 13점이 국보 제121호다. 내달 27일부터 12월11일까지 안동시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다. 하회탈이 모두 지방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회마을 사람들은 하회탈을 마을을 지켜주는 신성한 보물로 여겼다고 한다. 52년 만의 귀향이어서 의미가 크다.

박완규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