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최순우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탈에는 마을 사람들의 오랜 소망과 시름, 그리고 울분과 익살이 함께 겹쳐진 야릇한 웃음 자국이 얼룩져 있다”고 했다. 그는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 쓰인 양반탈의 ‘선량한 눈웃음’에 주목했다. “만사에 태평스러운 한국인의 성정이 야유받는 이 양반탈의 모습에도 잘 반영됐다”는 것이다.
해학의 미소를 담은 하회탈은 ‘한국인의 얼굴’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탈 중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이다. 고려 중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시 재앙이 끊이지 않던 하회마을에서 허도령이 꿈에 나타난 신령의 계시를 받아 탈을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지을 무렵 그를 사모하던 처녀가 금기를 어기고 엿보는 바람에 피를 토하고 죽었고, 마지막 이매탈은 턱 없는 탈이 되고 말았다는 전설이 있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洞祭)에서 별신굿 탈놀이를 할 때 쓰이던 하회탈은 하회마을에 전해진 것이지만, 1964년 국보로 지정된 뒤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해왔다.
원래 극 중 역할에 따라 14종이었으나 양반·선비·백정·각시·초랭이(양반의 하인)·이매(선비의 하인)·부네(기생)·중·할미·주지(상상의 동물· 암수 2점) 탈만 남아 있다. 하회마을에 인접한 병산마을에 전해져온 대감탈과 양반탈을 병산탈이라고 하는데, 하회탈과 병산탈을 합해 총 13점이 국보 제121호다. 내달 27일부터 12월11일까지 안동시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다. 하회탈이 모두 지방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회마을 사람들은 하회탈을 마을을 지켜주는 신성한 보물로 여겼다고 한다. 52년 만의 귀향이어서 의미가 크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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