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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살아서 꿈틀거리는 미꾸라지를 바늘에 꿰어 매단 뒤 바다 아래 생명들을 인간들 세상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고기도 잡지 않으면서 뭘 하러 난바다까지 나왔습니까?”

“내가 낚이고 싶어서…….”

“누구에게?”

“아무나…… 이 지루한 세상에서 나를 끌어 올려 줄 놈이면…….”

사내는 몽롱한 말을 던지더니 아예 낚싯대를 버려둔 채 뱃머리에 길게 누워버렸다. 사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그도 사내 옆에 누워 아픈 허리를 쉬었다. 배가 출렁거릴 때마다 그와 사내가 한 몸이 되어 함께 흔들렸다.

선장이 낚시꾼들에게서 추렴한 우럭을 선장실 앞 비교적 너른 공간에 모아놓고 회를 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도 살아 요동을 치면서 아가미를 뻐끔거리던 녀석들의 머리와 내장이 한 칼에 싹둑 잘려나갔다. 몸통만 남은 고기의 가운데 뼈 부위에 깊숙이 회칼을 밀어 넣어 두 조각 살덩이로 펼쳐냈다. 잘려진 머리와 창자들이 뱃전에 수북이 쌓여갔다. 녀석들은 불과 몇 분 전까지 노닐던 세상에서 강제로 끌어올려져 자신의 몸이 이렇게 난도질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내는 내가 한발 한발 다가설 때마다 뒷걸음질을 치다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베란다 난간까지 갔습니다. 아내는 손을 뒤로 돌려 베란다 난간을 꼭 부여잡고 내가 다가서는 것을 두려운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아내에게 하소연을 하려 했지요. 아내의 표정은 싸늘했고, 입가에는 냉소까지 띠고 있었습니다. 아내를 향해 뛰어드는 순간과 아내가 순식간에 몸을 돌려 베란다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이 겹쳤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지요.”

사내가 경어체로 술주정을 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의 목숨을 다쳐서는 안 된다고 준엄하게 가르치는 불가의 기준을 따른다면, 도대체 낚시꾼들이란 얼마나 가증스러운 존재들인가. 세렌게티 초원에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가운데에 놓인 것도 아니고, 생업을 위해 바다에 나아가는 어부들도 아니고, 단지 즐기기 위해 살아있는 생명들을 담보로 유희를 벌이는 족속인 셈이다. 아무튼 구름 사이로 빠져나온 햇빛 한 줄기가 팽팽한 낚싯줄처럼 수평선에 내리꽂혔던 건 똑똑히 기억한다.

“하늘 위쪽 어딘가에서 우리처럼 낚시질하는 양반이 있는 모양인데, 당신 아내는 어떤 미끼를 물었소? 억울하진 않소?”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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