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삶과문화] 삶의 잣대가 되는 사실들

관련이슈 삶과 문화

입력 : 2016-08-26 21:20:45 수정 : 2017-02-03 17:42: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가끔 잊을 만하면 유명인들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인터넷을 달군다. 이번 광복절에도 어떤 아이돌 여가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장기와 전범기를 올려 이슈가 됐고, 덩달아 몇 달 전 안중근 의사를 일본인 취급한 다른 아이돌 여가수까지 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 아이돌의 행동과 말이 잘못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들이 비난을 받는 것을 보며 유명인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러한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선 얼마 전 우연히 접했던 리처드 H 스미스의 저서 ‘쌤통 심리’가 제격일 것 같다. 이 책은 질투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심리적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원 제목은 ‘Schadenfreude’(샤덴프로이데)인데 이는 독일어로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한다. ‘쌤통’이라는 가벼운 의미와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은 다분히 과학적이고 충분히 객관적이다. ‘쌤통 심리’는 대체로 주변사람의 성공사례를 들었을 때 각자가 느끼는 뭔가 부러운 감정을 일컫는다. 대다수는 부러움에서 멈추지만 어떤 사람은 이 불편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교묘히 감추고 정당화하면서 질투의 대상에게 크고 작은 해를 끼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번번이 밀려 질투에 찬 살리에르가 조직적이면서 체계적으로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영화 ‘아마데우스’를 떠올려 보자. 그리고 살리에르의 사악한 행동이 분명히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에게 묘한 연민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가끔 타인이 성취한 것의 가치를 깎아내리기도 하고, 타인의 성취를 능력이 아닌 운으로 치부하기도 하며, 때로는 성취의 방법이 옳지 않았다고 헐뜯기도 한다. 그때는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혹시 내가 하고자 하는 행동이 내게 있을지도 모를 ‘쌤통 심리’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혹시 정의라는 이름으로 내가 가진 ‘쌤통 심리’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우리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남보다 잘하되, 너무 나대지도 말고 눈에 띄지도 말라고 가르쳤다. 잘하면 눈에 띄게 마련이고, 눈에 띄면 잘 보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막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 부모들은 가르쳐 주지도 않고 잘 하라고만 했다.

‘쌤통 심리’는 특히 자신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뭔가를 많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심리 현상이다. 이러한 심리 현상은 유명인의 어이없는 실수에 대한 가혹한 평가의 이면에 자리한 그 실수보다 더 통제할 필요가 있는 스스로의 과다한 질투심이 있을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몇 년 전 부터 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심리와 관련된 대중서를 발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몇 권은 인간이 가진 특성에 대한 연구를 총망라한 후 알기 쉽게 정리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중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면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번번이 작심삼일로 끝나고 마는 약한 의지력으로 고민이라면 월터 미셀의 ‘마시멜로 테스트’나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의지력의 재발견’을, 도덕성과 정의로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을, 팔랑귀로 매번 후회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면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나, 댄 에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 혹은 이언 에어즈의 ‘당근과 채찍’을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사람들의 감정, 행동, 생각에 대한 과학적인 발견은 스스로에 대해 몰랐던 여러 가지 사실을 정리해 준다. 어떤 결과는 너무 당연해 왜 연구가 필요할까 싶지만, 어떤 것은 살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것을 설명해주고, 어떤 것은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지혜의 보고’를 통해 힘든 삶의 잣대로 삼아보면 어떨까 싶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