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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칼럼] 인텔리전스 사회의 인공지능과 인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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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1 22:20:27 수정 : 2016-08-22 13: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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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인공지능’까지 등장
암 새 치료법 제시… 희망적
AI, 지금의 전문직 대치 눈앞
인간 지성 건강함 유지 꼭 필요
얼마 전 일본에서 ‘닥터 인공지능(AI)’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도쿄대 연구진이 한 백혈병 환자에게 IBM의 AI 왓슨이 제안한 새로운 항암제를 투여했다. 차도가 없던 이 환자가 몇 개월 만에 퇴원해 통원 치료를 할 정도로 병세가 호전됐다고 한다. 왓슨은 연구진과 IBM이 입력한 암 연구 관련 논문 2000만 건을 학습했고, 연구진이 해당 환자의 암 관련 유전자 정보를 추가로 입력하자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 최종 치료 결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의료와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AI가 지금의 전문직들을 대체하리란 전망이 먼 미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채팅봇 테이는 AI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트위터 등에서 테이 서비스가 시작되자 극우주의 성향의 이용자들이 의도적으로 편향된 내용의 대화를 나누는 방법으로 테이를 훈련시켰다. 이를 학습한 테이는 트위터에서 유색인종과 여성을 비하하고 나치의 집단 학살을 찬동하는 등 문제가 될 발언들을 쏟아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서비스를 중단한 뒤 “테이를 다시 교육시키겠다”며 사과 성명까지 발표했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AI의 기본 역할과 기능은 인간이 설정한 특정 목적을 위해 스스로 학습하며 맞춤형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주어진 시간에 사람의 역량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의 정보 속에서 숨어 있는 패턴이나 유용한 지식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의사가 허탈감을 느낄 정도로 실제 효과를 발휘하는 치료법을 빠르게 제시한 것이나 극우주의자들의 의도대로 막말을 터득한 테이의 경우 모두, 인간이 원하고 욕망하는 바대로 AI가 제 역할을 다 한 결과이다.

AI의 속도와 정확성, 편리함에 대비되는 인간의 오류는 갈수록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소한 불편이 쌓일수록, 인간지능을 대체할 수 있는 AI에 대한 수요는 모든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인도할 인텔리전스(intelligence) 사회가 고도(高度)화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심화된다. AI가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인간지능을 대체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은 합리적 근거나 논리보다 희망에 기대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이세돌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거기에 특별한 논리는 없었다. 올림픽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듯 자연스럽게 응원하는 마음과 막연하게 ‘그래도 아직은 인간이 컴퓨터보다 우월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정확하고 논리적이며 균형 있는 판단을 가로막았다. 앞으로 AI에 의존하지 않은 인간의 문제 진단과 해법, 예측과 전망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AI에게 묻고 그 답을 실행에 옮기는 사회가 다가올수록, ‘인간 지성(知性)’의 건강함을 유지하는 일은 그래서 필요하다. 건강한 인간 지성으로 기계의 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나에게 어떤 맞춤형 지식이 필요할지만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떤 정보가 제공되고 있고 입력된 정보와 지식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관여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첨단 기술은 그것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도구이기에,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인간 지성이 빈곤해지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AI가 발달할수록 문명의 주인공인 인간의 영역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과학기술의 궁극적인 목표가 인류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 이를 담보하는 문명의 발전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AI라는 과학기술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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