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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덕혜옹주' 손예진이라 참 다행이다

입력 : 2016-08-20 07:00:00 수정 : 2016-08-20 17: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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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 영화를 보고 감정이 무장해제 된 것은 ‘덕혜옹주’가 처음이었어요. 보통 제 작품은 부정적이거나 냉철한 시각으로 보게 되는데 참 이상했어요.”

배우 손예진은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를 본 첫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본인이 출연한 영화를 보고 운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관객 입장에서 몰입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것은 허진호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무엇보다 한 여인의 가련한 삶에서 오는 진한 페이소스 덕분일 것이다.

요즘 손예진을 보고 ‘여름에 강한 여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남성 위주의 대작들이 주를 이루는 여름 극장가에서 여배우로서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2014년에도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성공을 일궈낸 그녀였기에 ‘역시!’란 탄성이 절로 흐른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상업영화 특유의 오락성과 재미보다는 우리 아픈 역사 일부를 끄집어낸 작업이었기에 그녀에게도 꽤 의미 있었다.

“제가 실존인물, 그것도 역사적 인물을 연기한 건 처음이라서요. 특히 덕혜옹주 같은 경우는 기록상으로도 그분의 삶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았어요. 다큐멘터리나 사진, 몇몇 자료들을 살펴봤을 뿐이죠. 제가 그분에 대해 주목한 것은 일본에서 부유하게 살았지만 결국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이었어요. 그분을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극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덕혜의 모습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덕혜도 결국엔 저와 똑같은 여자라는 생각에까지 미쳤죠. 같은 여자로서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해가며 하나하나 연기를 풀어나갔어요.”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2016)


덕혜옹주가 생애 첫 타이틀롤이라는 그는 배역명에 대한 부담도, 또 흥행에 대한 부담도 엄청났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적당한 긴장감을 이제는 즐기게 됐다는 그는 연말 시상식 여우주연상도 노려볼 만하다는 기자의 언급에 "그러다 못 받으면 어쩌실 거예요?"라며 소탈하게 웃는다. 두 눈에, 입술에 싱그러운 미소를 늘 머금고 있는 그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팬들이 너무 많은 관심과 기대를 해주셔서 부담감이 없었다면 아마 거짓말일 거예요. 그런데 의외로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큰 망설임은 없었어요. 때론 혼자 감당할 수 없어 겁이 나기도 했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 같은 게 있었거든요. 첫 촬영부터 감정이 매우 고조된 연설장면을 찍어야 했어요. 감독님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몰라요.(웃음) 그런데 처음부터 ‘센’ 장면 찍고 나서 차차 감정적인 결들을 정리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더라고요.”

허진호 감독과는 2005년 영화 ‘외출’을 찍은 뒤 11년 만에 다시 만났다. 언제 10년 세월이 훌쩍 흘렀는지 잘 모르겠다며 웃는 그녀는 “예전엔 감독님도, 저도 너무 어렸는지 현장에서 서로 농담도, 인생얘기도 잘 안했는데 이제는 만나면 수다 떠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덕혜옹주’에 무려 10억원 가까이 투자해 화제가 되기도. 허진호 감독에 따르면 제작비가 부족해 어느 한 장면이 허술하게 나올까 우려한 손예진이 직접 감독에게 다가와 투자를 제의했다. 손예진은 “소속사를 통해 투자한 것”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영화란 어쨌든 주어진 예산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데, ‘덕혜옹주’는 시대극이고 완성도 면에서도 제작비가 많이 필요했어요. 예산이 결코 적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예산 때문에 더 잘 나올 수 있는 장면을 대체해야 하는 상황들이 속상하더라고요. 저는 배우라 모르고 있었는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 그런 주변 돌아가는 상황들을 좀 알게 됐어요. 배우로서 어떻게 하면 완성도 있게, 스태프들이 집중해서 찍을 수 있을까 고민했죠. 물론 투자하고 싶다고 맘대로 다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에요. 이래저래 상황이 맞아 떨어진 거죠.”

손예진은 ‘덕혜옹주’에 대한 역사왜곡과 미화 논란에 대해 “일단 오셔서 봐 달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신중하고 차분한 태도로 말했다. 모든 비판은 직접 작품을 보고 느낀 후 해 달라는 메시지였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이 시대가 어떻다 정의 내리긴 어렵잖아요. 사실 영화라는 게 일종의 '치유' 같아요. 극장에 가서 본 영화 한 편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할 때도 있죠. 극장에 있는 시간만큼은 웃음이든 감동이든 느끼고 가시길 바라요. 이 영화는 그저 한 여자의 인생을 그리고 있지만, 이는 우리의 인생과 닿아 있기도 해요. 한 번쯤은 기억해줬으면 하는 우리의 아픈 역사죠."

영화를 찍으며 덕혜에게 미안했던 감정들이 요즘도 떠오른다는 그는 (역사왜곡, 미화 등) 굉장한 고민 끝에 작품을 완성했고 그 진심을 관객들이 알아줄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왜 덕혜는 그토록 고국에 돌아오고 싶어했고, 비극적인 말년을 보내야 했을까. 단순히 그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초로의 나이에 고대하던 한국땅을 밟았을 때 그녀를 보살펴주던 궁녀들이 모두 옷을 차려입고 환대해주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저희가 영화를 찍으며 느꼈던 감정을 관객들이 함께해 주시길 바라요. 이렇게 살다 간 여인도 있었다는 것을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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