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달 16일 경북 안동에서는 벌에 쏘인 유모(60)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기도 했다. 유씨는 마을주민 10여명과 도로 주변에 쌓인 낙엽을 치우던중 낙엽에 가려 있던 땅벌집을 건드렸다가 창졸간에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주변에서 맹독성 벌에 의한 인명 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여름철은 무더운 날씨와 장마로 벌 생육에 알맞은 환경이 갖춰지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공격성과 독성이 강해진다. 게다가 사람들의 야외활동까지 활발해지면서 사고 위험이 급증하는 만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 토종인 장수말벌은 만다라톡신이라는 신경 독을 지니는데 인체에 통증이나 국소 마비를 유발한다. 특히 알레르기에 치명적이어서 쇼크와 같은 이상반응을 불러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한 번 침을 쏘면 내장이 같이 빠져 죽는 꿀벌과 달리 말벌은 수회 반복해 찌를 수 있고 독성도 15배 이상 강하다고 한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장수말벌은 주로 땅이나 나무 속에 집을 짓는데 벌초 때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조차 위험에 빠지는 사례가 나온다. 지난해 9월 경남 산청에서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말벌의 공격을 받고 숨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 소방관은 벌집에서 10m쯤의 안전 거리를 확보했지만 미처 보호복을 갖추지 않은 채 신고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달려든 벌떼에 얼굴과 손, 발 등 수십 군데를 쏘이고 말았다. 당시 소방관을 공격한 벌이 등검은말벌이었다.
9월 추석이 다가오면서 벌초나 성묘를 갔다가 말벌에 쏘이는 사례가 한층 늘 것으로 우려된다. 소방당국은 “놀라서 팔을 휘젓거나 큰 동작을 취하면 벌을 더 자극하게 된다”며 “침착하게 옷가지 등으로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자세를 낮춰 현장에서 신속하게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산이나 들에 갈 때 벌 등 각종 곤충을 유인할 수 있는 화장품이나 향수 사용을 가급적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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