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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찰나를 영원히… 추억을 시간에 새기다

입력 : 2016-08-09 19:52:37 수정 : 2016-08-09 20: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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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추억만들기… 스냅사진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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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지나갈 뻔한 순간을 잡으면 그뿐이다. 남겨진 사진을 통해 조각난 기억을 끄집어내 맞추는 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사진이 자신에게는 가장 좋은 사진이지만 남에게는 같은 의미가 될 수 없다는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각각의 경험은 사진을 통해 다시 조각조각 재해석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시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해질 수 있는 것은 사진이 가진 매력이다. 이 매력에 빠져 사진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셀카봉, 삼각대 등 촬영도구와 보정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혼자서도 전문가 못지않은 완성작을 내놓기도 한다. 

대학생 이하은(23·여)씨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 2014년 10월부터 전역한 최근까지 ‘셀프 스냅사진’을 찍고 있다. 데이트스냅의 일종이다. 남자친구의 입대 전 기념으로 찍었던 사진이 마음에 들어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처음에는 ‘사진 찍기 싫다’며 촬영을 거부했던 남자친구도 이씨가 사진을 보며 다음 휴가를 기다리는 것을 알고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이씨는 남자친구의 외박, 외출, 휴가 때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추억을 남겼다. 그는 “남자친구가 대구에 있는 부대로 복귀하면 그때부터 자꾸 생각이 나 그리웠다”며 “그때마다 찍어놓은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외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어렵지 않게 사진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문가용 못지않게 발전한 보급형 장비에 있었다. 용돈을 모아 산 디지털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로 아마추어치고는 제법인 사진도 여러장 찍었다. 이씨는 이렇게 찍은 사진을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곰신(고무신의 준말)카페’에 올리며 공통된 취미가 있는 다른 회원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사진 찍는 여자친구를 두지 않아도 멋진 스냅사진을 남기려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마저도 ‘두 번은 못 간다’며 식은땀을 흐르게 하는 그 장소, 바로 ‘군대’에서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빌리지스튜디오의 이수학 대표는 “한 달 기준 80∼100명의 군인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간다”며 “외박과 외출이 몰리는 주말에는 대여섯팀이 대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젊음을 바쳤던 군에서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주로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이 후임들과 함께 찾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부대원 전체가 나와 단체사진을 찍기도 한다. 1인당 1만∼1만5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도 스냅사진을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하는 이유다.

사진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려 사회에 나와서도 만남을 계속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의경으로 복무하다 제대한 김모(23)씨는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선·후임과 있었던 일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생각날 때가 많다”며 “가끔씩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상의 소소한 경험을 특별한 추억으로 남기고자 스냅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군생활을 함께했던 동료나 반려동물과 함께 포즈를 취하거나, 한복을 입고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남기기도 한다.
각 스튜디오 제공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과 함께 포즈를 취하거나, 한복을 입는 등 독특한 콘셉트로 남들과는 다른 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김민주 메리지스냅 대표는 “반려견 스냅사진 예약이 한 달에 한두번 꼴로 잡혀 있다”며 “자녀 없이 반려견과 함께 사는 부부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스냅은 보통 40만∼50만원대로 다소 비싸다. 반려동물이 장거리를 이동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작가가 직접 촬영지까지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촬영 중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간다거나 으르렁거리는 등 돌발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복스냅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복 열풍과 맞물려 점차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셀카봉 하나면 충분하다. 저마다 개성이 담긴 한복을 입고 고궁을 찾아가 마음껏 셔터를 누른다. 최근에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따로 한복스냅을 찍는 것이 유행이다. 한복사진은 보통 결혼식을 앞두고 찍는 스튜디오 촬영 때 한두컷 넣는 것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더 많은 한복을, 다양한 포즈로 찍고자 하는 요구가 커지자 웨딩스냅업체들은 앞다퉈 한복스냅 상품을 내놓고 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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