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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집에서 즐기는 '스테이케이션'족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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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6 14:00:00 수정 : 2016-08-06 14: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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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떠나야만 휴가?

난 '방콕'하며 여유롭게∼
“휴가요? 이불 밖은 위험해요…”

직장생활 3년차인 오정현(29)씨는 다음주 금요일부터 여름 휴가인데도 별다른 계획이 없다. 직장 동료든 친구든 누구를 만나도 온통 휴가 얘기를 나누지만 오씨는 그저 집에서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 휴가 때 휴식은커녕 지쳐버린 기억 때문이다. 친구들과 워터파크에 놀러 갔다가 인파에 휩쓸려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다.

오씨는 “피로가 풀리기는커녕 더 쌓이는 것 같았다”며 “휴가철에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북적이는 만큼 올해는 집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미드’(미국 드라마)만 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가마솥 더위가 한반도를 후끈 달구면서 여름휴가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와 지리산 계곡 등 전국 유명 피서지와 해수욕장을 비롯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로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등은 인산인해다. 이 때문에 ‘돈도 아끼면서 자신을 위해 휴가다운 휴가를 쓰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바리바리 짐을 싸서 멀리 떠나는 대신 집에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쪽을 택한다. 집이 최고라며 ‘방콕’하는 이른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족’들이 전통적인 휴가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가 성인 9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올여름 휴가를 가지 않겠다’는 응답은 57.7%로 지난해보다 3.6% 포인트 늘었다. ‘휴가를 가겠다’는 답변은 21.2%에 그쳤다. 이 중 ‘도심 휴가형’이 지난해 8.3%에서 9.8%로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이처럼 멀리 나가지 않고 ‘방콕’하는 사람이 늘면서 유통·외식·도심 숙박업계도 이들을 겨냥한 상품을 적극 내놓고 있다. 올여름만 해도 집에서 영화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빔프로젝터 판매량이 늘었다. ‘혼자 놀기’를 위한 게임기와 도심 호텔에서 여유있게 쉴 수 있는 이른바 ‘호캉스’(호텔+바캉스) 상품 등도 인기다.

서울대 전미영 교수(소비자학)는 “‘어딘가로 훌쩍 떠난다’는 휴가의 정형화된 개념이 변하고 있다”며 “평소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 게 오히려 ‘휴식’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엔 여행이 일상과의 단절을 위한 도구였다면, 최근엔 스마트폰만 꺼두더라도 얼마든지 일상과 단절할 수 있는 점도 한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수·남혜정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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