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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빛과 어둠의 조화… 창조의 신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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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2 22:07:59 수정 : 2016-08-02 22: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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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쿠시 ‘세상의 시작’ 루마니아의 세계적 조각가 콘스탄틴 브란쿠시(1876∼1957)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의 근원은 신성에 대한 믿음이었다. 번역서를 통해 티베트불교의 형이상학을 접했을 정도다. 심오한 정신성이 깃든 조각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브란쿠시는 늘 겸손했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제했다. 이는 그의 작품에 신비로움을 더했다. 자연스럽게 그가 남긴 금언은 더 큰 울림이 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작품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는 “나는 순수한 기쁨을 준다. 꿰뚫어볼 때까지 내 조각을 보라. 신께 가장 가까운 것을 볼 것이다. 신께 가까이 가는 것은 우연을 뒤에 남기며 원리와 사물의 본질을 말하고 눈이 절대를 향하게 하는 것이다”고 당당히 외쳤다.

브란쿠시는 빛과 어둠을 통해 자신의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더욱 명확히 하고자 했다. 태초에 빛과 어둠이 있었다는 창세기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자신의 작품을 빛에 노출시켜 손수 흑백으로 찍어 작품의 아우라를 명확히 했다. 작업실 한켠에 암실까지 차려 직접 인화도 마다하지 않았다.

(562×481㎝, 개인소장)
가까이 했던 동료작가들에 따르면 사진은 흐릿했고 과다노출되거나 노출이 모자랐다. 긁힌 자국과 얼룩도 보였다. 브란쿠시는 자신의 작품이 이렇게 보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옳았다. 위에서 떨어지는 햇살과 함께 작품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종의 아우라가 발산되었다.

대리석 알모양의 작품인 ‘세상의 시작’도 빛과 어둠의 그림자가 조화를 이루면 마치 빛과 어둠 속에서 창조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다. 빛과 어둠 속에 창조된 세계를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하게 이미지화한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브란쿠시 작품이 임신부들의 태교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작품 ‘세상의 시작’이 알모양을 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밋밋해서 무척 평범하고 무성의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형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브란쿠시는 사실상 많은 각고의 노력을 했다. 우수한 자식을 낳기 위한 태교의 노력과 이미지가 중첩되고 있다. 더군다나 생명을 담고 있는 알모양이 아닌가. 태교미술로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브란쿠시의 알모양 작품은 자궁 밖으로 막 나오고 있는 태아의 머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아기의 탄생은 세상의 또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너무나도 순결하고 순수한 존재의 알림이다. 누구나 그 앞에 서면 한없이 경건해지고 작아진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아기울음이 사라져 가는 시대의 불행은 그런 소중한 경험적 가치의 상실에도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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