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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구로구의 한 ‘파파라치 학원’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온 이모(77)씨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는 마땅히 일할 만한 데도 없던 차에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용돈벌이가 가능할까 싶어 광고를 보고 학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러나 수강료가 터무니없이 비싸 등록할 엄두를 못냈다. 학원 관계자는 “파파라치 활동을 하려면 카메라가 필수”라며 “카메라값과 2시간 강의료를 합쳐 100만원을 내야 한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학원비가 너무 비싼 데다 나중에 포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어 등록을 포기했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의 한 파파라치 학원을 찾은 이모(77)씨가 "지하철에서 우연히 본 전단지를 오렸다"며 "부업으로도 수백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해 학원을 찾았다"며 메모를 내보이고 있다. |
‘포상 대박’을 터뜨려 보고 싶은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파파라치 양성 학원을 찾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격을 몇 배 부풀린 ‘몰래 카메라’ 판매가를 강의료에 포함시키거나 ‘안정적인 수입 보장’ 등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교육도 부실한 학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 등지에서는 '부업으로 매달 수백만원을 벌 수 있다'는 파파라치 광고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수강생들에게 수십·수백만원 상당의 몰래 카메라나 녹음기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그러나 파파라치 생활로 고정적인 수입을 얻기는 무척 어려운 현실이다. 포상금을 노린 신고가 영세업자를 대상으로 남발되자 정부가 2년 전부터 1인당 신고 횟수를 연간 10회로 제한하고, 식파라치(식품 파파라치)의 경우 내부 고발만 가능하도록 법률을 손질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예산 부족으로 포상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중복 신고로 지급 대상이 안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4년 경력의 한 전문 파파라치는 “파파라치로 고정적인 수입을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고액의 포상금은 국세청·수사기관 등 유관기관과 공조하는 식이 아니면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하철 등지에서는 ‘부업으로도 월 수백만원을 벌 수 있다’는 파파라치 학원 광고 전단이 흔하다. 이들 학원 대부분 10만∼50만원 상당의 카메라를 한두 차례 강의와 묶어 100만∼2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김영란법 통과 이후 일부 업체는 ‘김영란법 공개 특강’을 열어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파파라치 업체들은 회원들에게 '기자증'을 제공한다며 가입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업체는 인터넷기자협회에도 소속되지 못한 '유령' 업체로 드러났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파파라치 학원에서 발급하는 ‘시민감시단증’을 공신력 있는 신분증인 것처럼 거짓·과장 광고한 업체에 시정조치를 명령하기도 했다. |
건국대 이웅혁 교수(경찰행정학)는 “신고의식 활성화라는 신고포상제의 본래 취지가 옅어지고 파파라치 학원까지 등장한 것은 극심한 취업난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공익신고’라는 그럴 듯한 말을 내세운 광고에 넘어가 금전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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