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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익숙한 낡음'…오래된 새로움이 스며드는 '필동 24번가'

입력 : 2016-07-31 10:26:58 수정 : 2016-07-31 18: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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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 24번가.
서울 중구 ‘필동 24번가’. 서울 한복판. 새로운 가치와 공존의 아름다움 느낄 수 있는 곳. 보존과 시간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공간으로 ‘필동 24번가’가 그 중심에 섰다.

스트리트뮤지엄(StreetMuseum)은 비영리 전시 문화 공간으로 남산골한옥마을 일대에 조성됐다. 강병인 작가의 작품 '골목길에 봄바람 꽃바람', 김수진 작가의 작품 '우물', 김종구 작가의 '통쇠와 글씨' 를 감상 할수 있다.
중구 필동은 낡은 동네 이미지를 벗어났다. 비가 새는 낡은 기와지붕. 바람에 날리는 녹색 방수천으로 대충 덮었고, 허물어져 가는 담장 틈 사이에서 드러난 철심. 녹이 잔뜩 슬어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옛 기억 속 건물은 사라진지 오래다.

정유경 전략기획실장이 강주리 작가의 작품 '카오스'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 중구 충무로역 4번 출구 앞. 출구를 나서자 눈앞에 직사각형의 컨테이너가 보인다. ‘일곱번 째 스트리트 뮤지엄-컨테이너’ 강주리 작가 ‘카오스’ 작품이 눈에 띈다.

서양화를 전공한 강주리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돌연변이 동물과 식물을 그림으로써 현대 사회 속 ‘자연’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자연’은 무엇인가?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에 대해 탐구하며 이것들을 관객들에게 화두로 제공함으로써 그 속에서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고 말했다.

‘카오스’ 작품을 감상하면 여유를 잃어버린 도시인의 지친 삶에 생각의 생명을 불어 넣는다.

정유경 전략기획실장이 '코쿤뮤직' 공연장을 설명하고 있다.
김원근 작가의 작품 '스마트맨'.
컨테이너 맞은편, 핏줄처럼 좁은 골목길 따라 걸으면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따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들어서는 순간 골목길이 새롭게 다가온다.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이다. 투박한 한옥 건물을 공간이라는 생각을 담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카페, 정성이 담긴 손수 꾸민 레스토랑은 친숙하면서도 투박한 맛과 멋이 느껴진다. 건물마다 과거와 현재가 숨을 쉬듯 묘한 매력 공존한다. 산책하듯 경사길을 따라 걸으면 생각의 공간으로 깊이 빠져든다.
 
정유경 전략기획실장이 조덕래 작가의 작품 'Enclose'를 설명하고 있다.
조덕래 작가의 작품. 감싼 조약돌이 현대인의 삶을 지탱하는 본질적 기반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필동 프로젝트’는 박동훈(52) 핸즈BTL 미디어그룹 대표 작품이다. 박 대표는 경남 산청에서 돈 벌러 서울 간 엄마를 따라 상경했다. 필동에서 폐지를 줍는 일 부터 자장면 배달부 그리고 광고회사 대표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 대표가 3년간 사재를 쏟아 부어 예술이 숨 쉬는 동네를 만들었다.    
  
필동 24번가 거리에 설치된 작품.
‘스트리트 뮤지엄’을 설명하는 정유경 전략기획실장은 “‘필동 24번가’는 흙더미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은 느낌 이랄까요 하하하. 처음 찾을 땐 후미진 곳이어서 불안했죠.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예상은 빗나갔죠”라며 첫 만남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필동24번가’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문화는 예술이 소수의 유물처럼 문턱이 높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기는 주민이든 우연히 방문한 관객이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작가와 관객이 서로 연결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곳입니다” 
이정윤 작가의 작품 '해우소'. 눈물 글썽글썽이는 코끼리가 엉거주춤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유경 전략기획실장이 박영훈 작가의 작품 'Cin de rella an d pino cchio'을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하나의 기호적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고 관객들에게 제한된 정보를 제공한다.

필동 24번가 카페에 전시 중인 작품.
“‘필동 24번가’는 작가가 관객의 지친 마음을 품어줍니다” 정 실장은 “골목 곳곳에 설치된 30여개의 설치미술과 바로 옆 한옥마을에 설치된 8개의 스트리트 뮤지엄은 시간에 관계없이 필동에 오시면 언제나 즐기실 수 있으세요. 작가와 대화하듯 휴대폰으로 QR코드만 입력하면 작품에 담긴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 후 24번가 레스토랑에 와보세요. 작가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는 작가들과 함께 공감 할 수 있는 예술가의 거리입니다”

정유경 전략기획실장이 김혜진 작가의 작품 '母, 품에 살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작품은 두 살 때 떠나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2016년 여름. ‘필동 24번가’는 찾아오는 이 에게 마음의 눈을 뜨게 한다. ‘과거의 공간과 현재의 공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필동 24번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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