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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재 “영화 재밌으면 됐지, 이쪽저쪽 왜 나누죠?”

입력 : 2016-07-30 07:00:00 수정 : 2016-07-30 23: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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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 개봉을 앞두고 배우 이정재를 인터뷰하고 보니, 문득 ‘책임감’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무려 160억원이란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전쟁대작의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그러면서 단순히 ‘배우’라는 타이틀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이는 이정재에게 ‘책임감 있는’이란 수식어를 달아주고 싶어졌다.

‘인천상륙작전’이 언론에 첫 공개된 후 평(評)이 썩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한국전쟁이나 남북관계에서 파생된 민감한 문제들로 인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가 시작됐고 이정재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영화요? 재미있게 봤죠! 올해로 데뷔 24년차인데 제가 먼저 재미있다고 선방을 날린 건 이 영화가 처음일 걸요? 하하하.”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작전 뒤에 숨겨진 인물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그린 영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인천상륙작전이 실행되기 전까지 해군첩보부대나 켈로부대 소속 군인들의 대북 첩보활동을 스크린에 담았다. 극 중 해군첩보부대 수장인 장학수 대위 역을 맡은 이정재는 전쟁이 아닌 ‘첩보’란 키워드에 집중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중 한 장면/제공=CJ엔터테인먼트


“일단 작품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엔 전쟁영화구나 하고 대본을 읽었는데, 첩보물이더라고요. 한국영화에서 6·25를 다룬 전쟁영화는 많았지만 첩보물은 없었거든요. 기획이 신선했고, 스토리에 짜임새가 느껴졌죠. 사람들은 보통 인천상륙작전은 맥아더와 연합군이 모든 걸 성공시켰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들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평범한 시민에서 첩보부대, 켈로부대 대원들이 된 분들의 숭고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또한 이 작전이 큰 유혈사태 없이 잘 끝날 수 있었던 배경에 그분들이 계셨단 사실도 영화에 참여하기 전까진 저 역시 몰랐어요.”

이정재가 연기한 장학수 대위는 실제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던 고(故) 임병래 중위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6·25 전쟁 당시 해군 첩보부대 소속이었던 임 중위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엑스레이(X-RAY) 작전을 수행했다. 그러다 북한군에 포위되자 기밀이 드러날까 우려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정재는 임 중위의 유족들을 직접 만나 생전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실존인물을 연기할 땐 아무래도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암살’ 속 염석진은 그 시대 그런 인물이 있었을 거란 상상에서 출발했지, 실제 모티브가 된 인물은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 속 장학수 대위는 모티브가 된 인물이 있으니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죠.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캐릭터를 다루는 데 더 진중했다고 해야 할까요.”



‘암살’에 이어 ‘인천상륙작전’까지 두 편 연속 시대극에 출연해 이미지가 고착화 될까 걱정되는 마음은 없었다고. 그는 “에이, 겨우 두 편인데, 뭘. 그런데 다음 작품도 ‘대립군’이란 사극이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사실 중간에 중국에서 현대극 한 편 찍기는 했는데, 우리 관객들은 제가 ‘암살’ 다음에 ‘인천상륙작전’만 한 걸로 생각하시겠죠. 마음 같아서는 멜로나 코미디 같은 현대물도 하고 싶은데.”

이번 작품에서 장학수나 림계진(이범수 분)과 같은 남북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전형적이고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비판여론도 충분히 수용할 줄 아는 그였다. 다만 이정재는 캐릭터가 무조건 입체적이어야 한다는 데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글쎄요. ‘관상’ 때 수양대군도 그렇고, ‘암살’ 염석진도 그렇고. 치열한 갈등구조 속에서 변화하는 인물을 주로 연기하다 보니, 이제는 좀 ‘한 방향’으로 가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여러 가지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더 재미있긴 해요. 하지만 한 방향으로 밀고 가는 캐릭터는 그만큼 힘이 느껴지니까 좋았죠. 이번 영화는 특히 보여줘야 할 게 너무 방대한데 그걸 또 2시간 안에 보여줘야 했으니까 캐릭터 표현상 생략된 부분도 많았을 거예요.”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영화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 영화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만 그는 영화를 보고 난 후 평가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인데, 비평에 따라 ‘좌(左)와 우(右)’ 정치적 성향으로 나눠버리는 현재의 분위기에는 우려를 표했다.

“사실 제작자나 감독이나 처음 시나리오 회의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런 부분들을 걱정했어요. 저는 이번에 처음 참여했지만, 정태원 대표(제작자)나 이재한 감독은 ‘포화 속으로’(2010)란 전쟁영화를 앞서 만들어봤잖아요. 당시 여러 측면의 이야기들을 다 경험해 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왜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영화가 재미있으면 됐지,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할까요? 감독, 제작자의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이쪽 혹은 저쪽으로 규정짓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이번에야 알게 됐죠. 그래도 아직은 영화가 재미있고, 의미가 있으면 된다고 믿고 싶어요. 이 영화는 반공영화도, 소위 ‘국뽕’영화도 아니에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우리민족이 실제 겪었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죠. 애국이나 애족을 강요하지도 않으니, 그냥 편안하게 극장에 오셔서 ‘아 그때 우리 민족이 저렇게 살았구나’ 느끼시다 가시면 될 것 같아요. 그 뿐이에요.”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지난 27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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