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가 쓴 조선 상고사의 한 장면이다.
위만에게 공격당한 조선의 열국들. 후한 왕부의 ‘잠부론’에 나오는 한 대목. “한서의 성은 한(韓)이니 위만에게 쫓겨 바다 가운데로 옮겨가 살았다.” 한서는 쫓겨난 기준이다. 성을 고쳤다. ‘바다 가운데’는 어디일까. 한반도일까, 일본일까.
일본으로 간 사람들. 일본에서는 도래인(渡來人)이라고 부른다. 백제 위례성이 함락됐을 때도, 백제 멸망 때도 많은 사람이 바다를 건넜다고 한다. 나당연합군에 맞서 백제를 도운 여성 천황 사이메이(齊明). 일본 함선 수백척은 백강 하구 기벌포에서 불타고 만다.
‘일본서기’에는 그때의 심경이 남아 있다. “백제가 다하여 내게 돌아왔네. 본방(本邦·본국)이 망하여 사라지니 이제 더 이상 의지할 곳도 호소할 것도 없어라.”
124대 일왕 아키히토(明仁). 82세인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양위하겠다”고 했다. 2001년 생일 때에는 이런 말을 했다.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을 느낀다.” 그는 평화헌법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한·일 사이가 오래오래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걸까. 왕위를 이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 그는 어떤 마음일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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