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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는 페미니스트?…“시대착오적 정의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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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30 14:47:07 수정 : 2016-07-30 14: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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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미니즘(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2.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페미니스트(feminist)의 정의다. 두 번째 정의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였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메갈리아’를 둘러싸고 페미니즘 혹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페미니스트의 시대착오적인 뜻풀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이달에만 7명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페미니스트 뜻풀이에 문제가 있다면서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 페미니스트가 쓰이는 상황이나 현실 등을 감안하면 그 뜻풀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표현이 객관적이지 않다”면서 “성차별주의자와 여성을 비하하는 이들이 페미니스트를 보는 관점이 담겨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누리꾼도 “(두 번째 뜻풀이는)현재 의미와 간극이 매우 크다”며 “과거에 그렇게 쓰였다는 점을 명확히 하거나 삭제해야 한다”고 썼다.

앞서 국립국어원은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이 같은 맥락의 지적을 받고 지난해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의 뜻풀이를 수정했다. 두 단어는 원래 각각 ‘사회·정치·법률 면에서 여성에 대한 권리의 확장을 주장하는 주의’, ‘1. 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2.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였다.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페미니즘’을 ‘계급·인종·종족·능력·성적 지향·지리적 위치·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 문화적 성별로 발생하는 모든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이란 의미로,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페미니즘을 지지·실천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쓰고 있다”면서 표준국어대사전의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정의를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국립국어원은 누리꾼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현재는 그 쓰임이 크게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1990년대 초반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페미니스트라 가리키는 쓰임을 신문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사용됐던 쓰임을 남기고자 하는 취지에서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의 의미에, 그것이 페미니스트의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의미와 다르게 사용됐다는 어감을 더하기 위해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여성 단체들은 페미니스트의 두 번째 뜻풀이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현수 활동가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는 성차별 해소와 남녀평등 사회의 실현을 실천하는 사람과 전혀 관련 없는 잘못된 뜻풀이”라면서 “(국립국어원은 페미니스트가)과거에 그렇게 쓰였다고 하는데, 잘못된 용례였던데다 이미 20년도 더 지난 얘기”라고 비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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