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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크림봉봉’ 만들기… 300년 걸친 요리 변천사

입력 : 2016-07-29 19:39:27 수정 : 2016-07-29 19: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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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젠킨스 지음/소피 블래콜 그림/길상효 옮김/씨드북/1만3000원
산딸기 크림봉봉/ 에밀리 젠킨스 지음/소피 블래콜 그림/길상효 옮김/씨드북/1만3000원


300년 전, 영국의 라임이라는 마을. 엄마와 딸이 덤불을 헤치고 딴 산딸기에다 젖소에게서 짠 우유로 식사 후에 먹을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든다. 찰랑찰랑한 나뭇가지로 만든 거품기로 팔이 아플 정도로 저어주고 산딸기, 설탕을 섞은 뒤 언덕배기의 얼음창고에 넣어두면 살살 녹는 산딸기 크림봉봉이 완성된다.

200년 전, 100년 전, 그리고 몇 년 전, 별로 다를 것도 없는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얼핏 참 단순한 이야기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크게 바뀐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300년 전 라임 마을의 요리사는 엄마와 딸이지만 200년 전의 요리사는 엄마와 딸이면서 동시에 노예다. 모녀는 주인집 식구들이 저녁을 먹고 나면 늦은 밤 벽장에 숨어 양푼에 남은 산딸기 크림봉봉을 싹싹 긁어 먹는다.

몇 년 전의 요리사는 이제 아빠와 아들로 바뀌었다. 저녁 식사의 풍경도 이전과는 다르다. 남자들 혹은 백인 주인집 식구들이 앉았던 식탁에서는 동양인과 흑인이 사이좋게 음식을 나누고 있다.

산딸기 크림봉봉은 수백 년이 흘러도 한결같이 “살살 녹아요, 녹아”를 연발하게 되는 맛이다. 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사람과 도구, 재료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바뀐 것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아빠와 아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음식을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과 즐기는 마지막 장면에는 묵직한 희망을 담았다.

지은이는 “시대별 조리 도구와 냉장법은 자료 조사를 통해 최대한 정확히 묘사했다”며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음식을 잇는 연결고리를 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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