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쌀이 남아돌고 있다. 소비 급감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72.4g으로 전년보다 3.3% 줄었다.
◆하루에 공깃밥 두 그릇도 먹지 않는 한국인
보통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100∼120g인 점을 고려할 경우 하루에 공깃밥 두 그릇도 먹지 않는 셈이다.
1985년에는 한 사람이 1년동안 128.1㎏의 쌀을 소비했다. 그러던 것이 30년 만인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62.9㎏으로 떨어졌다.
대신 보리와 밀·잡곡류·콩류 등 기타 양곡의 한해 소비량은 8.8㎏으로 전년보다 1.1% 늘었다.
쌀을 합친 전체 양곡 소비량은 1년 전보다 2.8% 감소한 71.7㎏으로 집계됐다.
◆탄수화물 안 먹어야 다이어트 성공? '글쎄'
국민의 양곡 소비 형태가 쌀을 중심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밥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비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 중에는 탄수화물이 든 밥을 먹지 않아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물론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가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너무 먹지 않으면 다른 영양소 섭취를 막아 오히려 신체리듬을 깨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설탕·과당·밀가루 등의 인공 정제된 탄수화물은 섬유질이나 필수지방산이 모두 제거된 채 칼로리만 높아 비만을 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탄수화물' 적당량 먹어야 건강 관리에 도움
탄수화물에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는데, 밥에 든 '좋은 탄수화물'은 적당량을 먹어줘야 건강과 체중 관리 등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432만7000t이다. 기상 여건이 좋았고, 홍수나 태풍이 비켜가면서 2009년(492만t)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했다.
쌀 생산이 늘고 소비는 줄다 보니 양곡창고마다 쌀이 수북하게 쌓였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쌀 재고량은 183만t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80만t)의 2.3배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쌀 소비량을 397만t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생산된 쌀 중에서도 35만t은 또 초과물량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가 국내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외국서 들여와야 하는 쌀 의무수입량은 1995년 5만1000t에서 2014년 40만9000t으로 늘었다.
◆재고 ↑, 쌀값 ↓
재고가 늘어나는 만큼 쌀값은 하락세다. 민간연구단체인 GS&J가 조사한 지난 5월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당 14만4000원으로, 작년 같은 날 15만9000원보다 9.5% 낮다. 벼 수확기인 지난해 10∼12월 평균치(15만2000원)와 비교해도 오히려 5.6% 떨어진 상태다.
쌀 재고가 쌓이면서 정부의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재고 쌀 10만t을 보관하는데 한해 316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는 △보관료 61억원 △고미화(묵은쌀)에 따른 가치하락 비용 220억원 △금융비용 35억원이 포함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고, 묵을 쌀을 가공용이나 가축사료로 활용하는 수급안정대책을 내놨다. 벼가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할 때 정부 비축농지를 빌려주거나 간척지 임대료도 깎아주는 방식으로 쌀 생산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 79만9000㏊이던 벼 재배면적을 올해 76만9000㏊로, 3.8% 줄여 쌀 생산량을 390만t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밥, 현명하게 더 먹자"
일각에서는 보리와 밀, 목화가 값싼 외국산에 밀려 도태됐던 것처럼 벼농사 기반도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리나 밀과 달리 벼는 주력 식량이라는 점에서 식량 주권을 외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조치로 쌀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다. 정부에서 국민을 상대로 '밥을 더 먹자'고 홍보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는 쌀의 영양학적 가치를 홍보하고, 쌀이 비만을 유발하는 설탕이나 밀가루 등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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