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뇌의 고차원적 기능은 10대 때 가장 빠르게 성장

캠브리지대 "조현병 환자도 2,3년 전 미리 발견할 수 있다"

국제 공동연구진이 최근 작성한 3D 뇌지도의 일부로 신경섬유를 감싼 일종의 피복물질인 미엘린수초가 뇌 곳곳에 뻗어 있다.     네이처뉴스 영상 캡처.

10대 시절 가장 많이 변화하는 뇌 부위는 복잡한 사고와 의사결정을 주로 담당하는 곳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시기 뇌 발달은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 발병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기 폭력이나 학대, 방관과 같은 외부요인으로 뇌의 고차원적인 기능이 방해를 받으면 10대 후반에 이르러 정신질환 초기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정신건강의학팀은 14∼24세 남녀 300명의 뇌를 CT와 MRI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BBC방송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시각과 청각, 운동 등 기본적인 신체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거의 성장을 멈춘다. 하지만 복잡한 사고나 의사 결정과 관련된 뇌 영역은 청소년기에 오히려 가장 활발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14세 즈음해 운동, 감각 관련한 뇌 영역은 점차 둔화되고 있는 반면 종합 사고나 의사 결정과 관련된 영역은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뇌 CT 촬영 분석 결과. 출처 = 캠브리지대학

정보를 통합해 의사 결정을 하는 뇌 영역은 특정 부위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뇌는 마치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항공망처럼 각 신체기관에서 접수된 감각 정보를 여러 신경세트(일종의 허브공항)에서 통합해 적절한 사고와 행동을 취하도록 명령한다. 고차원적인 사고나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청소년기에 세계 주요 허브공항인 영국 히드로공항이나 미국 JFK공항처럼 점점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들 뇌의 허브공항 성장과 관련한 유전자들도 들여다봤는데, 이들 유전자가 많은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크리스트 휫테이커 박사는 "이들 신경세포 경로를 살펴보면 10대 후반 청소년들이 정신질환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 정신질환이 어린 시절 폭력이나 학대, 따돌림과 같은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복잡한 사고나 의사 결정과 같은 고차원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국제 항공노선의 주요 허브공항처럼 널리 퍼져 있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 출처 = 캠브리지대학

에드 불모어 캠브리지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정신질환 발병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불모어 교수는 "조현병의 경우 뇌 상태를 CT 촬영해보면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2, 3년 전쯤 잠정적 환자를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강남역 노래방 살인범이 앓았다는 조현병은 남이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피해의식과 망상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사고나 감정, 열정을 갖지 못하는 정신질환이다.

복잡한 사고나 의사결정과 같은 고차원적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10대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BBC방송

연구진은 더불어 10대 때의 정서와 경험이 이후 정상적인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휫테이커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10대가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를 여실히 증명한다"며 "청소년기는 당신이 최고, 최대의 뇌 능력을 갖출 수 있는 매우 강력하고 중요한 인생의 단계"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