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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죽은 딸이 소년의 가슴에서 '심장'으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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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7 14:02:41 수정 : 2016-07-27 1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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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죽은 딸의 심장이 같은 나이 소년의 몸에서 뛰고 있다. 가만히 소리를 들어보니 딸의 심장이 맞다. 비록 직접 볼 수 없지만, 새로운 삶을 얻게 된 소년 가슴속에서 딸은 심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폭스8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앞선 25일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종합병원에서 션 짐머맨은 열네 살 소년의 왼쪽 가슴에 댄 청진기에서 귀를 떼지 못했다. 그런 짐머맨 옆에서 소년의 엄마는 훌쩍일 뿐이었다. 짐머맨과 마찬가지로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는 듯했다.



플로리다주 인버네스에 사는 케이틀린(14)은 지난 3월, 동생 다이란과 자전거를 타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케이틀린은 현장에서 숨졌으며, 다이란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으나 약 한 달 뒤 누나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

케이틀린의 심장은 사고 다음 날,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병원에 입원한 아이즈(14)의 왼쪽 가슴으로 옮겨졌다. 어려서부터 심장질환을 앓았던 아이즈는 누군가의 심장이 필요했으며, 만약 이식받지 못한다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심장이식 수술로 새 인생을 얻게 된 아이즈. 그런 아들을 지켜본 엄마 티나 터너는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얼른 아들의 심장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케이틀린의 부모가 먼저 그 소리를 듣는 게 맞다는 판단에 이들 가족과 만날 때까지 아이즈 가슴에 귀를 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자기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4개월여가 흘러 케이틀린의 가족을 마주한 아이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소녀에게 쓴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비록 소녀는 세상을 떠나 자기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겠지만, 마음만은 닿기를 바랐다.

아이즈는 “제게 새로운 인생을 줘서 고마워요”라며 “두 번째 기회를 줘서 정말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이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며 “기적이 일어나게 해줘서 어떻게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덧붙였다.

티나도 짤막이 인사했다. 그는 “이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자니 정말 어렵네요”라며 “누군가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하기 위해 희생했을 그 소녀의 마음을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케이틀린의 심장 기증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할머니에 따르면 사고 약 3시간 전쯤, 케이틀린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장기 기증자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가족에게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케이틀린과 아이즈의 가족은 감격적인 만남을 뒤로하고 병원 밖으로 나와 하늘로 흰색 풍선 그리고 생전에 케이틀린이 좋아했던 나비를 날려보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고마워, 케이틀린.”

그렇게 케이틀린은 가족들을 남겨둔 채 완전히 하늘로 날아갔다.

김동환 기자 kimcahrr@segye.com
사진=미국 폭스8 영상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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