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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 녹아든 ‘서태지 음악’, 아쉬운 연출·연기에 흥미 반감

입력 : 2016-07-26 21:29:30 수정 : 2016-07-27 09: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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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박스 뮤지컬 ‘페스트’ 리뷰
소설의 공연화는 역시 어렵다. ‘서태지 뮤지컬’로 불리는 ‘페스트’(사진)는 이런 사실을 재확인시킨 무대였다.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에 서태지 노래들을 입힌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서태지의 히트곡이 뮤지컬에 어울릴지, 국내에서 드문 창작 뮤지컬로서 얼마나 완성도가 높을지 큰 주목을 받아왔다. 22일 공개된 ‘페스트’에서는 서태지의 힘이 빛났다. 하지만 드라마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시대유감’이 흐르는 장면이다. 마약성분을 치료제로 속인 제약회사 사장은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왜 기다려 왔잖아.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이라고 냉소적으로 선언한다. 독특한 군무·무대와 현실을 비트는 가사가 절묘하게 어울렸다. 환자들이 ‘대경성’, 앙상블이 ‘라이브 와이어’를 부를 때도 음악과 드라마가 시너지를 일으켰다. 자연히 힘이 넘쳤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독특한 질감은 엄지를 치켜세울 만하다. 모두가 행복한 미래의 가상 도시 ‘오랑시’는 기대 이상으로 세련되게 구현됐다. 무대는 과시적인 물량공세 없이도 다채롭게 실험실, 사무실, 거리, 수용소를 오갔다. 미래적이면서도 생뚱맞지 않은 느낌이다. 색을 절제하고 기하학적 무늬와 조명을 적극 활용한 점이 돋보였다. 서태지의 곡을 뮤지컬 창법으로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기우였다. 극에 녹아든 ‘슬픈 아픔’ ‘테이크 파이브’ 등은 색다른 매력을 냈다.

그러나 드라마를 끌고 가는 힘은 부족했다. 플롯이 통일되지 않다 보니 극이 어디로 흘러가고 무얼 말하려는지 와닿지 않았다. 병원장 리유와 식물학자 타루의 절절한 로맨스는 느닷없었고, 기자 랑베르의 고뇌도 갑작스러웠다. 여기에는 평면적인 캐릭터도 한몫했다. 페스트 치료에 영웅적으로 매달리는 리유 원장, 봉사대를 조직한 타루의 헌신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원작을 좀더 과감하게 재구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초연임을 감안해도 배우들의 연기는 캐릭터를 파고들지 못하고 겉돌았다. 때로는 교과서처럼 틀에 박힌 연기가 튀어나왔다. 무대 어법으로 보여줘야 할 장면들을 랑베르의 설명으로 대체한 것도 드라마를 어지럽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반면 잔잔한 대목들에서는 감정이 진전되기보다 군더더기 같고 힘이 빠졌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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