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달리는 흉기’ 몰아낼 제도적 개선책 강구해야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6-07-22 21:57:15 수정 : 2016-07-22 21:57: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찜찜한 휴가철이다. 차량을 이용한 국내 여행을 꿈꾸던 이들의 기분은 더욱 그렇다. 지난 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5중 추돌사고를 일으켜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관광버스 참사의 충격파가 그토록 크다.

가해 운전자 방모씨는 그제 구속됐다. 방씨는 앞서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며 졸음운전을 시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번 주말 암행순찰차 7대를 영동고속도로에 투입해 대형 차량의 졸음·음주 운전, 과속 등을 엄중 단속한다. 대형 차량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과속방지용 제한 장치를 불법 해제한 차량도 색출한다. 긴급 대응이다.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도 조만간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문화와 그 법제적 기반을 손보는 근본 처방 없이는 백약이 무효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를 뜻하는 치사율은 대형 차량의 경우 3.4명으로 승용차의 두 배가 넘는다. 절대 사고 건수는 승용차가 많지만 공포 대상은 대형 차량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일본 등 교통선진국은 이를 감안해 여러 보완책을 두고 있다. 대형 차량이 앞차에 바짝 다가서면 경보 장치 등이 작동하게 하고, 졸음운전을 감지하는 센서도 장착해 난폭 운전을 예방한다. 독일의 경우 버스·화물차 운전자의 운행·휴식 시간을 엄격히 규제한다. ‘나쁜 규제’는 철폐가 정답이지만 생명을 지키는 ‘좋은 규제’는 도입·강화가 정답이다. 해외 모범사례를 폭넓게 검토해 유익한 것은 서둘러 본받는 것이 옳다.

‘달리는 흉기’에 길을 내주는 국내 특유의 구조적 제약 요인도 돌아봐야 한다. 국내 버스와 화물차는 주행 시간·속도 등을 기록하는 디지털 운행 기록 장치를 의무적으로 달고 있지만 이 장치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현행 교통안전법에 따라 단속과 처벌에 쓰이지 못하도록 돼 있는 탓이다. 정부가 전세버스 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2014년 진입규제 장벽을 쌓았지만 이 또한 효험이 없다. 시장에선 이미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어물거리는 사이에 뿌리 내린 이런저런 한계 때문에 자격도 미흡한 이들이 만성적으로 수면 부족인 상태로 대형 차량을 몰다 사고를 치는 것이다. ‘달리는 흉기’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 당국은 반발과 마찰이 있더라도 단호히 제도적 개선책을 강구할 일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