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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세계질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입력 : 2016-07-22 23:47:27 수정 : 2016-07-22 23: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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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문명마다 자신만의 질서관에 갇혀있어
이슬람은 비이슬람국까지 세력확장 꿈꾸고
중국은 아직도 천하가 속국이라 여기고
미국은 스스로 ‘세계의 등불’로 인식
현대 국제관계 대결과 대립 국면 자초
헨리 앨프리드 키신저 지음/이현주 옮김/민음사/2만5000원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헨리 앨프리드 키신저 지음/이현주 옮김/민음사/2만5000원


올해 우리나이로 94세(1923년생)인 유대인 출신의 헨리 앨프리드 키신저(사진)는 국제 정치의 달인으로 인정받는다. 20세기 최고 권위의 외교전략가로 꼽힌다. 미국 국무장관 재임 시절엔 최고급 정보를 접하고 생산했다. 키신저는 거대한 체스게임 같은 국제정치판을 분석하면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왔다. 이 책은 그가 쓴 수백 종의 저서 가운데 결론에 해당하는 역작으로 평가될 만큼 풍부한 지식이 가득 담겨 있다. 미래 세계 질서를 예측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연합이 위기에 처해 있고, 미·중은 첨예한 대결로 치닫고 있으며, 이슬람 세계를 둘러싼 폭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본은 점점 전쟁 가능 국가로 변하고 있고, 한반도는 북핵과 사드 문제로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 펼쳐진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특별 서평을 통해 “키신저의 폭넓고 예리한 역사 인식을 엿볼 수 있다. 1648년 베스트팔렌 평화조약에서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속도까지, 중국의 손자에서부터 프랑스의 탈레랑, 트위터까지를 다룬다. 진정한 국가별 대화야말로 21세기의 위기와 약속을 책임지는 데 필요한 정치적 합의를 이뤄내는 유일한 방법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고 평했다. 

완전군장을 한 미군들이 군사 작전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형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20세기 외교 전략의 달인 헨리 키신저는 “현대의 세계 질서를 형성하는 데 미국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가는 없었다. 미국은 제국이 되겠다는 구상은 포기하면서도 운명이라는 미명하에 대륙을 건너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고 말한다.
민음사 제공
키신저에 따르면 진정한 의미의 세계 질서는 아직까지 존재한 적이 없다. 각 문명은 자신만의 질서관을 갖고 주장해왔다.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했고, 자신의 원칙을 보편적인 것으로 여겼다. 예컨대 이슬람 국가들은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까지 세력을 확대하려 했다. 그것을 자신들의 운명으로 여겼다. 2000년 이상 중국인들은 천하가 중국 황제의 속국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스스로 ‘언덕 위의 도시’이자 세계의 등불로 보았다. 이를 토대로 미국은 민주주의 원칙의 보편적 확산에 대한 믿음을 확산시키고 외교정책을 주도해왔다고 자부한다. 이제껏 현대 국제관계가 대결과 대립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이것이다.

로마 몰락 이후 1000여년간 유럽인들은 전쟁에 시달린 끝에 가까스로 베스트팔렌 평화조약을 만들었다. 키신저는 베스트팔렌 원칙만이 거의 유일하게 일반적인 국제질서라고 인정했다. 19세기 영국 정치가 파머스턴 경은 베스트팔렌 원칙을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이익만이 영원하다”는 말로 풀이했다. 국제질서의 속성을 간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유럽은 400여년 만에 새로운 체제를 만들었다. 유럽연합(EU)이다. EU는 부분적으로 통일 독일의 충격을 완화시키려는 바람이 작용한 결과도 된다. EU는 2002년에 단일 통화를 도입했고, 2004년에는 공식적인 정치 조직까지 수립, 자유로운 통합 유럽을 선언했다. 그러나 유럽은 개별 국가적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국가에 이익되는 정책을 실시하고 싶어한다. 무언가를 결정해도 해당 국가의 국민들에 의해 거부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럽은 경제 문제를 두고 분쟁을 계속할 것이다. 브렉시트도 이런 데서 나왔다.

키신저는 “예컨대 국제질서는 세력균형과 협력자 개념을 적절히 결합시켜야 한다. 균형을 순전히 군사적으로 정의하면 대립은 점점 악화될 것이다. 지혜로운 정치가라면 그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종래 세력균형의 개념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국가의 계산을 다른 국가들의 계산에 맞추고 공통으로 한계를 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국내 구조가 달라지면 외교적 기준이 충돌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현대 국제관계의 딜레마라는 것이다.

결론에서 키신저는 “(인류평화와 같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길에서 여행을 시작하려면 강직과 용기가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자기 국민들에게 그 길을 따라 가는 노력을 계속하라고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류가 낳은 위대한 인물 즉 처칠이나 드골, 아데나워 같은 비전과 결단력을 겸비한 인물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경쟁 관계로 바뀔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협력 관계로 바뀔지에 따라 21세기 세계 질서의 전망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에 관해서도 썼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상하면서 평양-원산까지만 진격했다면 통일이 될 수도 있었다고 봤다. 그는 “그러면 중국 국경선에는 가까이 가지 않으면서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을 대부분 파괴하고 북한 인구의 90를 통일된 한국에 흡수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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