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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청아 "캔디 이미지, 굳이 지우고 싶지 않아요"

입력 : 2016-07-24 10:01:00 수정 : 2016-07-24 15: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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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속 이청아는 변신을 즐기는듯한 모습이다. 그간 보여주지 않은 매력을 맘먹고 꺼내 보이는 이청아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이는 곧 시청자로 하여금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차고 세련된 한설희로 분해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도회적인 매력을 물씬 뿜어냈다. 틀을 깨고 나온 이청아에게서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여유도 전해졌다. 

"한설희는 여태껏 해온 역할과 다른 기분이었어요. 새로웠죠. 드라마 끝날 때쯤 멜로가 완성되거나 사랑이 완성돼 가는데 중간에 남의 사랑을 빌어주는 역은 처음이었어요. 스스로 '멋지다' 뿌듯함을 느끼며 연기했어요. 극중 보늬(황정음 분)에게 '예쁘다 보늬씨'라는 대사가 절로 나올 만큼 보늬와 수호(류준열 분)의 사랑이 예뻐 보이더라고요. 설희가 계속 훼방놓는 역이었다면 그런 마음이 안 들었을 거예요."

캐릭터 색깔뿐 아니라 역할 비중에 있어서도 '운빨로맨스'는 도전이었다. 주인공의 멜로 라인에서 한발짝 물러난 조연이지만 배역의 크기는 출연을 결정 짓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가 첫 조연작이에요. 황정민 선배와 함께하는 작품이라면 지나가는 역도 좋다고 우겨서 출연했어요. 너무 행복했고, 저 혼자가 끌고가는 것보다 선배들과 호흡하는 게 이렇게 좋구나 느꼈죠. 제가 가지지 않은 색깔의 인물을 연기하려면 조금씩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청아는 "당당한 알파걸 한설희가 얄미워 보이길 원했다"며 과장된 영어 발음이 의도된 계산이었다고 털어놨다.  

"얄미운 설희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영어 발음도 최대한 얄밉게 들리길 원했어요. 엄청난 반감과 짜증을 유발하지만 극의 흐름을 깰 정도는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상하게 주는 것 없이 얄밉다'는 달님이(이초희 분) 대사가 정확해요."


이청아는 30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캐릭터 변신을 감행했다. E채널 '라이더스:내일을 잡아라'에서 당차고 열정적인 윤소담 역으로 2030세대의 현실적 공감을 자아냈고, OCN '뱀파이어 탐정'에서는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한 여인 요나 역을 맡아 순수한 소녀가 악랄한 뱀파이어가 되기까지 과정을 섹시 팜므파탈로 그려냈다. 이청아는 "캐릭터의 폭을 넓히는 것을 30대의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가진 캐릭터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로 작품을 선택하고 있어요. 특히 '뱀파이어 탐정'은 두려운 결정이었어요. 섹시 끝판왕 뱀파이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부들부들 떨었어요. 그런데 감독님 눈에는 저한테 그런 모습이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안에서 뭐가 나올지 궁금했죠. 육감적인 뱀파이어가 아닌 창백하고 나른한, 글루미하고 가라앉은 뱀파이어가 저한테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죠. 그런 의도로 연기했는데 시청자가 알아주셔서 기뻤어요."

"'뱀파이어 탐정'에서는 처음으로 깊게 파인 옷을 입었는데 연기할 때 만큼은 아무렇지 않더라고요. 속옷이 보일 만큼 노출 있는 상의가 뜯어졌는데 씩씩대는 장면에서 꿰매지 않아도 신경쓰이지 않았어요. 이미지라는 건 굉장히 쉽게 바뀔 수 있는 듯해요. 배역으로 바뀌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요."  

재작년 어머니를 안타깝게 떠나보낸 후 밀려온 후회는 쉽지 않은 도전을 가능하게 한 계기이자 원동력이 됐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돌다리를 두드리면서 안 건너는 성격이에요. 재작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삶의 태도가 바뀐 것 같아요. '조금 아껴놨다 나중에 해야지'라며 주저했는데 '그런 기회가 올까? 하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작품 끝나고 엄마와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들었어요. 누군가 저를 믿어주는데 제가 스스로를 믿지 못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배우' 이청아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지난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이다. 강동원, 조한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순수하고 해맑은 캐릭터 정한경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드라지지 않은 외모는 오히려 이청아의 깨끗한 매력을 돋보이게 했고, 이후 많은 작품에서 캔디 캐릭터로 주목받았다. 대중이 이청아를 떠올리는 이미지가 아직 '캔디'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닌 소중한 자산이 됐다. 이청아는 "대중이 기억하는 캔디 이미지가 때로는 버티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로 과감하게 옛날 색깔을 지우고 싶진 않아요. 기존에 왜 사랑받았는지를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는 이미지로 사랑받았고, 각인됐다면 그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화려하고 또렷하게 생기진 않았지만 무난한 외모가 절 기억하는 데 큰 역할을 했겠죠. 심지어 팬들 중에는 살을 뺐을 때 예전 젖살과 동글동글한 이미지를 기억하시고 '배신감 느낀다'는 말씀도 하세요. 설희가 저인지 몰라본 분들도 계시고요. 후반부 들어 '이청아구나' 알아챌 때의 기쁨, 나중에 기존 생각한 이미지가 나왔을 때 기쁨도 있는 거 같아요. 연달아 다른 모습을 보여드렸으니 다시 예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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