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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눈에는 눈’… 중동, 보복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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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11 21:25:25 수정 : 2016-07-11 21: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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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사회 때부터 시작된 피의 복수
테러 근절 위해 극단적 응징 끝내야
지난 5월 중순 레바논 동부 바알벡시(市) 공동묘지의 한 무덤 위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됐다. 무함마드 후자이르라는 20세 청년이었다. 무덤의 주인은 무함마드 하미에로 레바논군의 젊은 병사였다. 경찰의 시신 발견은 방송국의 제보 덕분이었다. 살인자가 방송국에 직접 전화해 자신의 범행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병사 하미에의 아버지였다. 그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공언했던 맹세를 수행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젊은 병사 하미에는 2014년 8월 시리아 서북부에서 활동하는 알 카에다 연계 테러조직 알 누스라 전선에 피랍돼 살해됐다. 병사의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 앞에서 보복을 천명했다. 그리고 약 2년 동안 준비한 끝에 이를 실행했다. 피해자는 알 누스라 전선 대원이 아니었다. 병사의 아버지는 알 누스라 전선을 지지하는 바알벡의 수니파 성직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리고 이 성직자의 조카인 후자이르를 납치해 아들의 무덤 위에서 살해했다.

중동의 보복문화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다. 법에도 명시돼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구절은 기원전 1570년쯤 제정된 인류 최초의 성문법 함무라비법전에 등장한다. 이 동형동태의 처벌 혹은 보복의 전통은 유대교 경전과 탈무드에서 언급되고, 구약에도 명시되고 있다. 이슬람 경전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있으며, 이슬람법에는 키사스라는 형법으로 보다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포함한다. 이 형법 조항에 따르면 살인의 경우 피해자 가족은 살인범의 생명을 뺏을 수 있다.

중동의 고대왕조의 법체계 및 주요 종교에서 다루고 있을 정도로 보복의 문화는 유목사회의 오래된 전통이다. 우물을 지켜내야 생존할 수 있는 유목 사회에서 물리력과 전투력은 생존의 조건이자 권위의 상징이다. 남성들은 모두 무장을 했고, 지배가문은 가장 물리력이 강한 가문이다. 이에 부족 간 평화공존하기 위해서는 세력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 한 부족이 다른 부족에 인명피해를 주었다면, 세력의 균형을 다시 맞추기 위해 동등한 보복의 조치가 필요했다.

근대화와 서구화가 상당부분 진행됐지만 중동에는 아직도 이 보복의 문화가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정부의 소탕에 희생당하거나 체포당한 반정부 세력의 가족, 가문, 부족 등이 경찰이나 정부기관에 보복 테러를 가한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세력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다. 과격 이슬람주의에 중동의 보복문화를 혼합해 지지를 이끌어낸다. 테러 배후임을 자처하는 IS 동영상은 항상 서방의 혹은 중동 정부의 특정 공격 및 ‘행위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어떠한 명분도 테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더욱이 사사로운 보복은 더욱 안 된다. 그러나 복수심에 불을 지필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 21세기 중동에 이어지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부터 진행되는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학살한 민간인 수는 이미 28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희생자와 그 가족이 IS가 노리는 포섭 대상이다. 테러 근절을 위해서는 극단적 상황 종식이 우선돼야 한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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