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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출산…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

입력 : 2016-07-10 21:12:33 수정 : 2016-07-10 21: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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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부모들 다시 주목 “그동안 엄마 뱃속에서 즐거웠나요? 세상에 태어난 걸 환영하고 축복한다. ○○가 이 세상과 엄마아빠와 대면한 날, 영원히 기쁜 날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하자. 여보, ○○와 당신을 위해 더욱 성숙한 가장이 되도록 할게요.”

지난달 첫 아들을 품에 안은 A씨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자신과 눈을 맞추고, 목소리에 반응하기도 하는 등 아빠를 알아보는 것 같아서다. A씨는 열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즐거운 태교를 하고, 출산 역시 산모와 아이의 스트레스가 적다는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것에 만족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수중분만에 도전한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 이후 자연주의 출산이 ‘반짝’ 주목받았지만 이내 사그라들고 말았다. 병원과 의사 중심의 분만 시스템 속에서 산모와 신생아를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라마즈출산법, 수중출산법, 르부아예출산법 등 고통은 줄이고, 불필요한 의료 개입은 최소화하는 자연주의 출산이 예비부모들에게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가 의료진과 산모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자연주의 출산은 분만 과정에서 의료 개입을 최소화해 산모와 아기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출산, 아프고 괴롭기만 하다?

‘산고(産苦)’. 인간이 쉽게 헤쳐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거나,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괴로워 하는 경우를 우리는 어머니가 아이를 낳는 분만의 고통에 빗댄다. 그만큼 출산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예비부모들을 중심으로 아이와 엄마의 첫 대면을 덜 고통스럽게 하고 싶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아이가 뱃속에서 나와 본격적인 교감이 시작되는 순간을 차가운 침대가 아닌 엄마의 품에서 시작하겠다는 단순한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산모의 제왕절개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을 차지한다.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출산한 산모는 36.9%로 나타났다. 제왕절개가 아닌 자연출산을 선택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른바 ‘출산 3대굴욕’이라고 불리는 ‘내진’ ‘관장’ ‘제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산모의 고통을 줄이고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무통주사, 촉진제 등 약물이 투여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출산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의 분비가 방해를 받는다. 뇌하수체에서 생성되는 옥시토신은 자궁을 수축시켜 출산 시 과다출혈을 막고 모유 분비를 촉진시킨다. 또 모성애, 친밀감, 신뢰감을 느끼게 해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자연주의 출산은 무통주사와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아 호르몬의 자연스러운 분비를 돕고, 회음부 절개, 내진, 관장 등이 없이 산모와 아기의 심리적, 신체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집이나 조산원, 병원 등 산모가 안정감을 느끼는 곳에서 출산이 이뤄지고, 남편 역시 출산의 주체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로미엄마’는 “울음소리 대신 미소로 아기를 만난던 것은 감동 그 자체”라며 “자연주의 출산으로 아이를 만났던 그때가 내 생애 최고의 멋진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자연주의 출산을 위해 마련된 분만실과 비상상황을 대비한 응급장치. 일반 분만실보다 조도가 낮은 조명과 알맞은 온도로 엄마의 자궁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생애 첫 1시간이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강북삼성병원 자연출산센터의 이교원 교수는 “트라우마 없는 한 명의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세상이 바뀐다”며 고통 없는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1일 강북삼성병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이 교수가 시도한 ‘사랑수 탄생’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500명을 웃돈다. 2014년 5월 문을 연 자연출산센터의 제왕절개 비율은 6.3%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5∼15%를 충족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열 달 동안 따뜻한 양수 안에 있던 태아가 갑자기 환한 공기 중에 나오면 달라진 환경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출산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고, 임신부터 태교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관련 교육이 전무한 현실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출산은 ‘악’ 소리지르는 것으로만 연상된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출산에 대한 교육을 받은 상태에서 산고를 감수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자연출산센터에서는 임신 중 태교, 자연출산 준비교실 등 한모가 출산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임신 주차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산모들이 자연주의 출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출산센터를 찾은 산모의 10∼15%는 제왕절개를 한다. 자연주의 출산을 아무리 꼼꼼하게 준비해도 갑작스런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제어하고, 빠른 조치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의 관찰이 필요한 이유다.

이 교수는 또 출산 이전의 ‘태교’ 부터 태아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고, 아빠가 다정하게 건네는 태담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출산 과정은 태교의 완성입니다. 태교는 열 달 동안 이루지지만 출산은 단 하루잖아요. 그 시간을 특별하게 보내면 아이에 대한 애착도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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