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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칼럼] 미시정책과 거시정책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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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03 22:50:15 수정 : 2016-07-03 22: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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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 구조조정·팽창 통화책
현 경제상황선 결과 신통찮아
새로운 환경엔 새 마인드 필요
브렉시트 여파 또 격동기 맞아
혁신적 접근 통해 경제회생을
과거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서의 구조조정은 주로 재무적 조정이 주를 이루었다. 힘들어진 기업에 일단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자산매각 등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어려운 시기를 견디면 다시 기회가 오면서 회생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구조조정 성공확률은 외환위기 당시 52% 정도였는데 글로벌 위기 이후에는 32% 근처까지 감소했다. 과거에는 구조조정 기업 중에 절반 이상이 성공을 했다면 이제는 3분의 1 정도만 성공을 하는 상황이 됐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이 큰 원인이었던 경우에는 유동성 지원 중심의 재무적 구조조정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제 사업 환경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의 구조조정은 재무적 조정만이 아니라 사업 구조조정까지 제대로 해야만 성공하는 상황이 됐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거시경제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팽창적 통화정책이 지속되면서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까지 등장했다. 금리가 제로가 돼도 중앙은행이 돈을 시중에 공급하는 양적완화, 그리고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해 보관료를 떼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등장했다. 통화정책이 화끈(?)하게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은행시스템은 대출과 예금을 반복하면서 통화를 창조한다. 양적완화를 통해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이 돈으로 A은행이 대출을 늘리고 이렇게 대출된 돈이 돌다가 다시 B은행 예금으로 유입되면 B은행이 다시 대출을 집행하는 식의 자금순환이 중요하다. 통화창조 과정이 작동하면서 화폐가 늘어나고 경기가 부양된다. 문제는 이러한 통화창조 기능이 많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 내에서 글로벌 위기 직전 27까지 갔던 통화승수는 최근 17 정도까지 하락했다. 일본은 지난 4월 말 기준 본원통화는 전년동기 대비 26%가량 증가했지만 물가는 거의 그대로이다. 돈이 잘 안 돈다는 얘기다.

어려워진 기업에 대해 유동성 지원을 통해 회생을 도모하는 재무적 구조조정과 돈을 풀어 경기회복을 도모하는 팽창적 통화정책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제 재무조정만으로 기업을 회생시키기는 힘들어지고 있고, 거시적으로는 돈만 풀어서 경제를 회복시키기 힘들어진 시대가 왔다. 전면적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이 떨어진 기존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신규사업이나 새로운 기회를 찾는 작업이 있어야 기업이 겨우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해 경제 전체로도 돈만 투입한다고 되는 시대는 지났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줄어드는 기존산업 부문을 조정하고 축소시키면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수반돼야 겨우 경제가 회복 가능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새로운 환경 하에서는 새로운 마인드가 절실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시도를 막는 규제는 혁파대상 일순위이다. 새로운 기회에 대해 ‘선보완 후조치’ 식의 접근은 이제 금물이다. ‘선도입 후조치’ 즉, 도입부터 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해가는 접근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고 우대하는 전향적 접근을 통해서라야 돈이 제대로 돌면서 기업은 물론 경제전반에 대한 재무적 조정과 사업적 조정이 제대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지금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여파로 또 한 번 격동기를 겪고 있다.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됐지만 폭풍전야의 고요함일 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 다시 등장했다. 돈만 가지고는 기업도 회생이 잘 안 되고, 경기회복도 잘 안 되는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이제 과거와는 다른 혁신적 접근을 통해 기업과 경제의 회생을 가능케 해야 할 어려운 책무가 우리 경제에 주어지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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