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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시도·허위보고·거짓 해명… '모럴해저드' 극치

입력 : 2016-06-29 18:47:58 수정 : 2016-06-30 09: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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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성추문’ 결국 경찰청장까지 나서 대국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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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학교전담경찰관(학경) 2명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사건과 관련해 강신명 경찰청장이 29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공식 사과했다. 장신중 전 강릉경찰서장이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사건을 폭로한 지 닷새 만이다.

경찰이 현직 경찰관의 비위를 알고도 덮는 등 화를 키운 끝에 조직의 수장이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까지 초래된 것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끝없이 드러나는 은폐·보고 누락·거짓말

강 청장은 이날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학경과 학생 간의 성관계 경위, 보고 과정에서의 은폐 의혹 등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원점에서 철저히 조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 말처럼 학생을 돌봐야 할 학경이 부적절한 행위를 한 ‘심각한’ 사안에 대해 경찰은 그동안 거듭된 사건 은폐 시도와 보고 누락, 거짓 해명 등으로 화를 자초했다.

우선 ‘사고’를 친 정모·김모 경장이 각각 소속된 부산 연제·사하경찰서장은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도 묵인한 뒤 이들의 사표를 제출받는 선에서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연제서와 사하서가 “(두 경장의) 사표가 수리된 후 비위행위를 알았다”고 상부에 허위 보고한 게 대표적이다.

경찰청과 부산경찰청 감찰 실무진도 이달 초 연제서 소속 학경의 비위를 인지했으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 지방청이나 경찰청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뒤이어 발생한 사하서 소속 학경의 ‘일탈’을 막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청은 “24일 SNS에 글이 올라온 뒤에야 진위 파악에 나섰다”고 하는 등 사안을 축소시키기 위한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도 지난 5일 연제서 사건을 부하직원으로부터 보고받았으나 윗선의 감사관이나 수뇌부에 알리지 않았다. 이 감찰담당관은 사건이 폭로된 이후로도 ‘관련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다 이날 오전에야 수뇌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그는 “이미 해당 경찰관의 사직 처리가 된 지 2주가 지났고 강압적인 성관계는 아닌 것으로 파악돼 추가적인 조치를 하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며 “판단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경찰청 이철성 차장은 “공조직에서 자의적 판단으로 보고가 단절된 것은 잘못된 사안”이라며 “감찰담당관 등 이번 사태 관련자들을 감찰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뒤늦은 면직 취소…“경찰청장도 감찰 대상”


경찰청은 전날 6명의 감사팀을 부산으로 보내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연제·사하서 감찰을 진행하던 부산청 직원들도 거꾸로 감찰조사 대상이 됐다.

강 청장은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며 해당 경찰관과 관련자 형사처벌 및 징계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차장은 “이상식 부산청장은 물론 강 청장과 저 자신도 모두 감찰조사 대상”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물의를 빚은 경찰관에 대해서는 ‘중대한 하자를 속이고 이뤄진 면직은 취소할 수 있다’는 서울고법 판례를 토대로 면직을 취소했다. 또 본청에서 수사지도관을 보내 해당 학경 조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문제의 경찰관들이 학경이라는 위치에서 성관계를 한 것이 위계 또는 위력이 성립하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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