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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역사지도 8년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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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29 21:30:55 수정 : 2016-06-30 02: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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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유기체와 같은 걸까.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은 드물다. 국가와 종족의 명멸. 그 내막을 뜯어보면 무대가 바뀌고 이름이 달라진다. 고대사 논쟁은 그 혼란에서 비롯되는 걸까.

패수(浿水)와 평양. 고대사 논쟁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사행단을 따라 북경으로 간 연암 박지원. ‘열하일기’에 이렇게 썼다. “지금의 평양을 평양이라고 하는 사람은 대동강을 패수라 하고… 요양(遼陽)을 평양이라고 하는 사람은 헌우낙수(?芋?水)를 패수라고 한다.” 헌우낙수는 요하(遼河) 줄기다. 패수와 평양의 위치 논쟁은 오래된 이야기다. 신채호와 정인보가 처음 꺼낸 주장이 아니다.

패수를 대동강으로 못 박는 논리. 식민사학의 잔재라고 한다. 일제강점기 일본·관변 사학자는 하나만 취하고, 다른 시각을 모두 버렸으니 그렇게 부를 만하다. 하지만 뿌리는 깊다. 사대주의 사관에 닿는다.

박지원의 말. “후세 사람은 경계를 자세히 밝히지 않고 망령되이 한사군을 압록강 안쪽에 끌어넣어 억지로 구차한 사실을 만들고, 패수를 그 안에서 찾으려 한다.” “봉황성이 평양이라고 하면 놀라 무슨 해괴한 말이냐고 나무란다. 그들은 요동이 본래 조선의 옛 땅으로 숙신 예맥 등 동이의 종족이 모두 위만조선에 복속했음을 모른다.” 박지원의 평양은 어디일까. 요양, 봉황성, 지금의 평양을 모두 평양이라고 했다. “기씨(기자조선)가 처음에는 영평·광녕 사이에 있다가 연의 진개에게 쫓겨 2000리 땅을 잃고 차차 동쪽으로 옮겨 앉으니 머무르는 곳마다 평양이라고 했다. 지금의 평양은 그중 하나다.”

박지원보다 56년 앞서 태어난 성호 이익. 이렇게 적었다. “백두산 내외의 종족을 모두 숙신이라고 하며 그 서방의 줄기는 조선이다. 그 영역이 처음에는 요동 전역에 걸쳐 있었다.” 낙랑에 대해서도 자세히 풀어 적었다. “오늘날 낙랑이 경주, 평양, 요동에 있었다고 하는데… 낙랑군은 조선현이니 읍치(邑治)는 요동에 있었다.”

박지원과 이익. 공자왈 맹자왈만 읊은 유학자가 아니다. ‘아방강역고’를 쓴 다산 정약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47억원을 들여 8년 동안 만든 동북아역사지도를 폐기하기로 했다. 고대사 강역 논쟁과 독도조차 표기하지 않은 부실이 드러난 탓이다. 8년 허송세월. 묻고 싶다. 동북아역사재단은 토론회 한 번 연 적이 있는가. 사학자들, 생각이 다르면 모두 배척해야 하는가. 역사연구를 당파싸움 하듯 하는가. 광복 71년. 우리 역사 하나 정리하지 못했다. ‘삼국사기’를 편찬한 김부식은 무슨 말을 할까. “나를 비판하는가. 너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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