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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브렉시트' 후폭풍, 여권으로 막아내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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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29 14:04:39 수정 : 2016-06-29 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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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집 밖에 나갈 때 항상 안전 예방책을 지녀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의 영국인 청년 영상이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10초 분량 영상은 단지 자막만 처리됐을 뿐인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후 현지 상황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의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게재한 지 5일 만에 조회수 70만건을 넘겼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영국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잉글랜드 크로이던에 사는 나린 디싸나야크(20)는 최근 영상 한편을 촬영했다.

영상 속 나린은 초조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촬영 장소는 그가 사는 동네로 추정된다. 가방을 멘 채 바깥에 나온 나린의 오른손에는 여권이 들려있다. 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지만, 그는 여권을 ‘방어 수단’으로 사용했다.



여권을 방어 수단으로 쓴다?

이는 브렉시트 투표 후, 영국 내 외국인 혐오범죄가 57%나 증가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국민 투표 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자 탈퇴진영 쪽 시민들이 내면에 감춰뒀던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한 폴란드인 주민센터에서는 ‘꺼져라’ 등의 낙서가 발견됐다. 영국 내 소수 민족 집단에 속하는 폴란드인에 대한 현지인들 분노가 겉으로 드러난 사례다.

나린은 이민자에 대한 위협을 떨치려 영상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까무잡잡한 피부색 때문에 이민자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영국인 여권’을 내보임으로써 싸늘한 시선을 견디겠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그를 흘겨본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린은 그런 상황 자체가 현실이며 비극이라고 말한다.

현지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나린은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을 알리면서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줘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을 공유한 몇몇은 내게 ‘내 여권을 언제 훔쳐갔느냐?’ ‘그래서 결혼은 했고?’ 등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외국인 혐오범죄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그동안 이민자들이 (영국에) 많이 기여했다는 점을 기억하자”며 “우리는 혐오범죄 혹은 그와 비슷한 공격들을 가만히 앉아 보고만은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보고된 외국인 혐오범죄는 4주 전과 비교해 5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Nalin Dissanayake' 페이스북 영상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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