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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알면 알수록 예쁘다, 제주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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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16 10:00:00 수정 : 2016-06-15 21: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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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절경에 가려진 비경…서귀포 안덕·돈내코계곡
제주 서귀포의 안덕계곡은 제주의 청정자연이 그대로 녹아 있다.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활엽수림이 햇빛을 막아 신비로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가 떠오르는 제주도. 바다에 풍덩 빠져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바다 풍경에만 빠지기엔 제주는 감춰 둔 것이 많다. 푸른 바다가 어여쁘게 치장한 제주의 외형이라면 제주의 계곡은 숨겨진 속살과 같다. 육지의 계곡과는 다르다. 다른 곳에서 쉬 볼 수 없는 원시림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기기묘묘한 생김새의 바위들이 만든 절벽과 협곡은 빼어난 풍광을 빚어낸다. 
비가 많이 오는 곳이지만 풍부한 수량으로 콸콸 물이 흐를 것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화산섬 제주는 돌 틈으로 빗물이 빠르게 스며들어 계곡의 수량이 많지 않다. 반면 장마처럼 큰비가 오면 계곡은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듯 제 모습을 감춘 채 무섭게 물이 흘러내린다. 이런 면에서 제주 계곡을 즐기기에는 가뭄도 아니고, 장마 철처럼 수량이 많지 않은 6월이 제때다.

제주 서귀포의 안덕계곡은 제주의 천연림을 볼 수 있는 청정자연이 그대로 녹아 있다. 제주 일주도로변에 위치해 산을 탈 필요도 없다. 주차장에서 건널목을 건너 안덕계곡에 들어서면 어둑어둑함에 다른 세상이 펼쳐진 듯하다.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호박나무 등 처음 마주치는 나무들 아래로 걷다 보면 이내 기암절벽을 마주친다.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활엽수림이 햇빛을 막아 계곡 입구보다 더 어두컴컴해진다. 태초에 안개가 끼고 하늘과 땅이 진동하며 태산이 솟아날 때 암벽 사이로 물이 흐른 치안치덕(治安治德)한 곳이란 말에서 안덕이란 명칭이 유래한 것처럼 태초의 숲이 이런 모습 아닐까 하는 신비로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제주 서귀포의 안덕계곡 탐방로를 따라가다 조성된 계단을 내려가면 이끼 낀 바위와 우거진 수풀 사이로 각종 산새와 풀벌레 소리가 여행객을 맞는다. 사람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어 오싹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절벽 사이를 지나 계곡을 빠져나갈 수 있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도고샘과 양재소까지 이어지는 탐방로 이정표가 나온다. 주차장과 반대 방향이다. 나무데크가 놓인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안덕계곡만 보고 돌아가는 여행객들이 많아 탐방로에 조성된 계단을 내려갈 땐 풀과 거미줄을 헤쳐야 한다. 이런 수고를 하고 계단을 내려가면 각종 산새와 풀벌레 소리가 여행객을 맞는다. 이끼 낀 바위와 우거진 수풀에서 사람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혼자 계곡에 있으면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와 익숙지 않은 풍경의 낯섦에 오싹함이 몰려올 수 있다.

안덕계곡이 제주만의 자연 풍광을 간직한 곳이라면, 서귀포 상효동의 돈내코계곡은 제주의 색을 품고 있다. 돈내코계곡은 한라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시원한 용천수가 만나 사시사철 물이 흐른다. 건천이 많은 제주에서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몇 안 되는 계곡이다. 이 지역은 예전에 멧돼지가 많이 출몰해 ‘돗드르’로 불렸다. 제주 사투리로 ‘돗’은 돼지, ‘드르’는 들판을 말한다. 돗드르를 흐르던 내로 멧돼지들이 물을 마시러 자주 와 ‘돈내코’로 이름 붙여졌다. ‘코’는 하천 입구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다.

돈내코계곡 입구부터 슬슬 계곡을 따라 걸어 올라가도 좋지만, 좀 더 위쪽 유원지에 자리를 잡아도 된다. 돈내코 유원지는 세면장과 취사장 등 야영장 시설이 갖춰져 있다.
제주 서귀포의 돈내코계곡에 있는 원앙폭포는 5m가량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두 줄기 폭포다. 폭포 아래 웅덩이의 에메랄드빛은 제주 바다보다 더 짙어 제주의 색을 대변하는 듯하다. 주변의 바위들은 이끼로 뒤덮여 운치를 더한다.

유원지에서 300m가량 위로 올라가면 원앙폭포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나무데크를 따라가다 보면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폭포 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내려가면 우거진 나무숲 사이로 폭포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5m가량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두 줄기 폭포다. 폭포가 사이좋게 한 쌍으로 떨어져 원앙폭포로 불린다. 
폭포 아래 웅덩이는 에메랄드빛 그 자체로 제주의 색을 대변하는 듯하다. 제주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보다 더 짙다. 주변의 바위들은 이끼로 뒤덮여 운치를 더한다. 웅덩이에 손을 넣자 찬 기운에 온몸에 찌릿함이 몰려온다. 한여름 무더위도 맥을 못 출 듯싶다.
제주시 애월읍 무수천은 기묘한 모양의 협곡으로 이어져 있다. 제주 건천의 대표적인 형태를 갖춘 무수천은 바위들로 이뤄진 계곡과 이를 뒤덮은 수풀이 위압감을 준다. 곳곳에 있는 웅덩이들은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제주시 애월읍 무수천(無愁川)은 기묘한 모양의 협곡으로 이어져 있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의 풍경에 빠져들어 속세의 근심이 사라지는 곳이란 의미다. 광령교를 중심으로 상류로 4곳, 하류로 4곳 등 8경을 품고 있는 곳이다. 물이 흐르지 않는 제주 건천의 대표적인 형태를 갖춘 무수천이지만 초보자가 계곡 안을 혼자 트레킹하긴 쉽지 않다. 
바위들로 이뤄진 계곡과 이를 뒤덮은 수풀은 위압감을 준다. 더구나 곳곳에 있는 웅덩이들은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자칫 울퉁불퉁한 바위들을 건너다 발을 헛디디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수천의 기묘한 풍광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계곡 옆 올레길(17코스)을 따라 걸어도 협곡 모습을 담기엔 부족함이 없다. 수량이 많으면 잠겨 있었을 곳이지만 건천이기에 제주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제주=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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