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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특명! 배우 박종환을 찾아라

입력 : 2016-06-12 14:02:00 수정 : 2016-06-13 16: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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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지만 이름은 생경한, 그런데 필모그래피를 보다 보면 입이 떡하고 벌어지는 배우가 있다.

지난 9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는 영화 ‘양치기들’(감독 김진황)에 출연한 배우 박종환(34). 거짓말로 인해 곤경에 처한 주인공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덤덤하게 표현, ‘이 배우 괜찮네’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주인공이다.

영화 개봉 전 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크린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얼굴에 특별한 뭔가가 숨겨져 있는 듯했다.

아직 박종환이라는 배우를 잘 모르는 관객들을 위해 ‘셀프 소개’를 부탁했더니, 출연작 중 굵직한 작품들이 튀어나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베테랑’ ‘검사외전’, 드라마 ‘프로듀사’ 등. 이미 본 작품들인데 그 속에서 박종환이 어떤 역할을 맡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

“영화 ‘베테랑’에서는 양실장 역을 맡아 배성우 선배님과 호흡을 맞췄고요. ‘검사외전’에서는 천식환자인 용의자로 분했어요. 그리고 드라마 ‘프로듀사’에서는 김수현씨 형 역할이었는데, 분량이 그리 많진 않았죠.”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들에 대해 듣고 있자니 “정말? 그 배우?”라는 말과 함께 탄성이 흘러 나왔다. 작품에 따라 나이를 늘리고 줄이고 ‘페이스오프’를 하는 건지, 모두 한 사람이 연기한 게 맞는지 도저히 ‘매칭’이 되지 않았기 때문.

“2011년 ‘고지전’으로 데뷔해서 연기를 시작한 지는 한 8년쯤 됐는데, 많은 분들이 아직 잘 몰라보세요. ‘그 작품에 네가 나왔어?’라고 놀라시는 분들이 적지 않죠.(웃음)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보인다는 건 배우로서 좋은 일이긴 해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비슷한 시기에 여러 작품에 참여해도 한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게 그렇죠. 하지만 나만의 강렬한 대표작을 꼽기는 좀 어렵다는 단점도 있어요. 배우로서 좋은 기회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 유명해지고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도 불리하단 생각이 많이 들죠.” 

영화 '양치기들'(감독 김진황) 스틸컷


영화 ‘양치기들’에서 그는 한때 잘 나가던 연극배우였다가 지금은 생계를 위해 역할대행업을 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완주로 분했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이상과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 가운데 표류하다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가 되어 달라”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김진황 감독은 같은 학교 출신 박근범 감독의 단편영화 ‘침입자’(2014)에 출연한 박종환을 보고 그를 ‘양치기들’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박종환은 ‘본인 선택에 의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란 점에서 두 작품에서의 캐릭터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양치기들’은 미스터리 장르 같은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뒤로 갈수록 열린 구조가 되죠. 처음엔 그게 무척 반가웠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하다 보니 혼란이 오더군요. 완주는 왜 이렇게 밖에 못할까. 더 해볼 수 있는 일은 없었을까.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애썼어요. 사실 제가 완주라면 거짓진술 자체를 안했을 것 같거든요. 제 수중에 큰돈이 있다는 것만으로 일단 문제가 되죠.(웃음) 제게는 돈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와요. 그만큼 큰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얘기도 되니까요.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성격이죠.”

사실 처음부터 배우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 그는 감독이 되고 싶어 서울예대 영화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일찍이 감독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배우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 연출작품 도와주다 진짜 배우가 된 케이스이기도 하다.


“감독 되는 걸 포기하고 나서 학교를 중퇴했어요. 영화는 계속 하고 싶었죠. 기술적으로는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자연스레 배우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영화현장에 가 보면 아시겠지만 모두가 공동운명체 같거든요. 감독과 배우는 다른 직업 같지만 같은 지점을 바라본다는 공통점은 있죠. 학교 다닐 때 친구들 작품에 품앗이로 연기했던 경험이 있었고, 독립영화계와 상업영화계에서 여러 작품 두루 하다 보니 목표를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을 물으니 다소 의외의 답에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한국영화계에서 남자배우하면 액션이나 스릴러 같은 장르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 선 굵은 배우의 입에서는 ‘아버지’란 말이 흘러나왔다.

“가족 중심 드라마에서 가장인 아버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평생을 두고 이해해보고 싶은 분이 바로 아버지거든요. 평소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보다 그 역할을 맡게 됐을 때 더 절실하게 더 파고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 역할을 꼭 제대로 연기해보고 싶어요.”

비주류에서 출발해 주류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박종환은 이미 준비가 된 배우였다. 타고난 페이스오프(?) 능력은 나이가 많든 적든, 선하든 악하든 캐릭터의 제한 없이 배우로서 영역을 확장시켜 주리란 확신도 들었다. 

“어떤 위치에 있든 상업영화, 독립영화 구분 짓지 않고 좋은 작품이라면 기꺼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상업영화를 하다보면 어떤 독립영화 시나리오가 있는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양방향 소통이 어렵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마음은 오래도록 변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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