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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심이 선이 되고 면이 되고… 전통 수묵화 보는 듯

입력 : 2016-06-07 20:56:55 수정 : 2016-06-07 20: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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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적 조각 추구하는 김용진 작가 철심을 촘촘히 박은 캔버스 위로 인물과 소나무, 백자 달항아리 등이 얼굴을 내민다. 흑백의 전통 수묵화가 연상된다. 철심이 점이되고 선이 되고 면을 이루는 풍경이다. 철심이 기운생동의 붓질로 환생하고 있다. 철심을 꽂아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 가는 김용진(53) 작가의 작업방식이다. 오랜 시간 공들인 손맛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나는 점이다. 우주의 수많은 별들도 점이다. 점은 생명이다. 점은 끝이 없다. 단세포이면서 다세포가 된다. 표현할 길이 없다. 마치 수수께끼 같다. 어둠과 밝음, 끝없는 생명력, 두려움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무한한 반복과정은 자연의 순리라 생각한다. 매번 같으면서도 다른 미세한 흐름 속에 그 무엇이 있다.”

그는 3년 전 서울을 떠나 강원도 고성의 한적한 바닷가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서울의 떠도는 점들이 너무 혼탁해져 간다고 했다.

4개월 동안 작업한 달항아리 작품 앞에 선 김용진 작가 . 그는 “무한히 반복되는 철심 작업을 통해 자신도 하나의 점이 된다”고 말한다.
“바다 위 밤하늘에는 엄청난 점들이 반짝이고, 아침이 오면 밤새 파도들이 만들어낸 안개의 미립자들이 홀연히 사라지며 수평선 위로 붉게 불타는 큰 점이 떠오른다.”

한 점의 미립자가 대자연, 무한대 우주로 확산되듯이 그는 철심을 하나하나 박아 갔다. 수행과 정진을 하듯 수없는 철심을 꽂았다. 어느 순간 그도 철심의 한 점으로 서 있었다.

“따뜻한 빛을 받으면서 어둠의 점들은 서서히 밝은 점들로 재생된다. 끝없는 반복이다. 끝없이 윤회하는 점들이다. 신의 비밀을 간직한 점들의 끝없는 윤회라 하겠다.”

그는 윤회 속을 흐르는 한 점의 미립자로서 생의 끝날 까지 몸짓을 하다 우주 속으로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철심의 간격과 높낮이를 일일이 조절하면서 양감과 원근감을 연출한다. 철심 한 땀 한 땀이 무한한 인내를 요구한다. 철심을 한 번 또는 여러 번 꼬아 농담을 표현하고, 촘촘하게 혹은 느슨하게 꽂아 명암과 공감간을 나타낸다. 철심을 부식시켜 회화적 느낌을 배가했다. 여백은 부드러움과 견고함을 지닌 절제된 한국적 미감을 드러내고 있다.

소나무
“조각을 전공했지만, 조각에서 나오는 소재나 재미들을 회화에 옮겨보면 얼마나 또 다른 재미가 있을까 궁리 끝에 철심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최근 국제 아트페어 등 서구 미술시장에서 그의 회화성 있는 조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130호 크기의 달항아리 작품은 4개월 가까이 작업한 결과물이다.

“철심(점)을 하나하나 꽂다 보면 수많은 면들이 느껴진다. 다양한 얼굴을 드러내는 면들의 조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사실 그의 이런 작업 방식엔 아픔이 숨어 있다. 교통사고로 다리 한쪽이 불편하게 되면서 볼륨 있는 작업보다는 앉아서 시간과의 사투를 선택한 것이다. 25일까지 아트파크에서 열리는 초대전에서 신작들을 볼 수 있다. 오드리 헵번, 제임스 딘, 간디, 달리 등 인물과 도자기, 소나무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02) 3210-2300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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