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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가 다운증후군, 임신부의 선택은?"…고교 시험문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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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05 08:00:00 수정 : 2016-07-25 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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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주의 한 고등학교가 생물학 시험에서 ‘낙태’를 소재로 다뤄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이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신부의 낙태 선택권을 묻는 내용으로 학부모들은 크게 분노했다. 격분한 이들을 학교가 달래는 사이 해당 문제를 찍은 학생의 행동을 지적한 목소리도 있었지만, 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보장했다는 측면에서 정당화되는 분위기다.

다음은 논란을 일으킨 시험 문제다.

고등학생 남매를 둔 질(40)은 병원 진찰 중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이게 웬일? 검사 결과, 뱃속 태아가 다운 증후군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낙태를 권유한 의사 말에 질은 온 가족을 모이게 했다. 다음 중 어떤 답안이 이들이 따라야 할 내용에 가장 가까울까?

그렇다면 보기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아기가 태어날 때쯤 다시 검사하라”다. 혹시라도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두 번째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하라”다. 종교적 신념, 경제적 상황, 낙태가 가족에게 미칠 영향 등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임신부 건강도 고려 요소다. “모두에게 최선이 되도록 하라”는 다소 두루뭉술한 문장이 마지막에 달렸다.

세 번째는 “의사는 지식이 많다”며 “부부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다. 낙태하라는 뜻이다.

마지막은 “임신부의 결정을 존중하라”다. 여성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으나, 그의 생각을 따르라는 뜻이다. 아기를 낳으면 자식에 대한 책임감을 여성이 가장 많이 지므로 그의 결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어디서 이런 문제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 교사가 낸 게 아닌 것 같다”며 “즉시 문제은행에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학생들은 본래 다니던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시험을 치렀다. 컴퓨터로 문제를 푸는 환경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문제는 유타주법을 완전히 파괴한다”며 “학생들의 도덕적, 정치적, 종교적 관점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답안도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강조했다.

유타주법은 학부모 동의 없이 학생들에게 정치적 성향이나 종교적 신념 묻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 문제를 촬영한 학생의 행동도 문제다. 시험문제를 바깥으로 유출하는 건 엄연히 불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보장했다는 이유로 정당화되는 분위기다.

학교 측은 “정확한 내용을 조사하겠다”며 “문항이 적절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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